'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 - 동서문화의 교차로 터키를 만나다
'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 - 동서문화의 교차로 터키를 만나다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5.08 15:06
  • 호수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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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53

‘술탄 쉴레이만 1세의 칼’, ‘정복자 술탄 메흐메드 2세의 코란.’ 이름만 들어도 대단한 이 유물들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면? 한국-터키 수교 55주년을 맞아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지난 1일부터 9월 2일까지 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을 열고 있다. 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 이스탄불고고학박물관, 터키이슬람미술관, 톱카프궁박물관 등 총 4개의 터키 국립박물관에서 공수된 187점의 문화재로 터키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4부로 나눠서 진행된다. 1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카데시 성문 평화협정이 새겨진 점토판’이었다. 기원전 13세기 무렵 히타이트의 왕인 하투실리 3세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맺은 ‘세계 최초의 군사적 평화 협정’이다. 이를 기념해 UN은 뉴욕 본부 앞에 2m에 달하는 복제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이 협정은 당시 외교 언어인 아카드어로 새겨져 있는데, 표면이 부서져 제대로 볼 수도 없고 원래의 반 정도만 남아있어 아쉬웠다.

작은 크기의 황소모양 토기도 눈길을 끌었다. 그 생김새로는 용도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이 토기는 특이하게도 제사용 술잔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고대 히타이트에서는 황소를 폭풍우의 신으로 여겼는데, 당시 종교의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2부 전시에서는 서양문명의 모태가 되는 그리스·로마의 유물들을 볼 수 있었다. 에로스, 제우스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조각상들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니케 조각상이었다. 빠르게 날아와 땅에 착지하는 순간 승리를 가져온다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전신을 조각했는데 그 모습이 실제 여인을 보는 것 같았다. 페로가몬 공방의 특징인 풍부한 주름이 곁들여져 더욱 생생해 보였다.

전쟁에 나가는 젊은이가 출정에 앞서 봉헌 하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도 흥미로웠다. 총 세 명이 등장하는데, 가운데 망토를 걸치고 오른손으로 의례용 잔을 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영웅으로 받들어진 청년이다. 그 오른쪽에는 말고삐를 쥐고 있는 청년의 시종이, 왼쪽에는 정숙함의 여신이 함께 있다. 비록 청년의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어쩐지 사기에 가득 찬 표정일 것만 같다. 

4부 전시로 넘어가자마자 전면에 오스만 왕실 가계도가 펼쳐졌다. 오스만 제국을 열었던 오스만 1세부터 술탄 셀림 3세까지 모든 술탄들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한 그루의 나무로 표현한 것이 독특했다.

4부 전시는 그야말로 화려함의 결정체였다. 한 쪽에 예쁜 빨간색의 양산이 보여 가까이 다가갔더니, 버드나무 가지를 엮어 만든 의례용 방패였다. 가장자리에 루미문양의 장식이 있고 중앙에 도금한 셈스 문양의 화려한 방패였다. 투구 역시 터키석과 루비 등 온갖 보석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오스만 제국의 술탄들이 왕관 대신에 투구, 터번으로 지위를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시장 중간에는 코란함이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이슬람 궁전을 축소시킨 것 같았다. 그 옆쪽에 있는 코란 역시 한 장에 11줄씩 글씨가 금으로 적혀있고, 글 바깥부분은 루미와 하타이 문양으로 장식돼 있어 그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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