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의 부모라서 참 행복합니다
당신이 나의 부모라서 참 행복합니다
  • 유헌식(교양기초교육원)교수
  • 승인 2012.05.08 15:11
  • 호수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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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안에 ‘아이’를 갖고 있다. 그 ‘아이’는 항상 부모를 그리워한다.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어떤 좋은 일이 생기면 ‘엄마’와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나의 경우, 좋은 일이 생겨도 자랑할 사람이 없다는 게 매번 가장 아쉽다.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나에게 좋은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할 부모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이다. 부모의 기쁨은 곧 나에 대한 ‘인정’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어느 누구보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진 ‘아이’가 있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그 ‘아이’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에덴의 동쪽>에서 쌍둥이 형제 중 동생인 카알은 모범생인 형 아론과 비교되어 아버지 아담 트래스크에게 인정받지 못하여 방황하고 반항한다. 이 소설이 영화화되어 카알 역을 맡은 제임스 딘이 일약 ‘세기의 반항아’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이 영화에서 제임스 딘이 보이는 삐딱한 태도와 시선은 아버지 아담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들의 소외감에서 비롯한다. 이와 비슷한 의미구조를 가진 다른 영화도 있다. 롭 라이너 감독의 영화 <스탠 바이 미>에서 내레이터 겸 주인공인 소년 고디는 아버지의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형과 비교되어 어두운 자화상 속에 묻혀 살다가 친구 크리스가 ‘너희 아버지는 너를 잘 모를 뿐이지, 너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라는 말에 서서히 밝은 모습을 찾아간다.

‘인정’은 인간관계,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필수적이다. 극단적으로, 자식은 누구보다 부모의 인정을 먹고 산다. 하지만 여기서 ‘인정’의 반대 방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인정이다. 여러분은 자신의 부모를 인정합니까? 물론 평탄한 가정에서 자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 부모의 ‘무엇’을 인정합니까? 다소 생뚱맞은 질문일 수 있으나, 이 물음에 대해 그냥 ‘부모니까’라든지 ‘나를 뒷바라지 하니까’라는 구태의연한 답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답을 요구한다. 부모에게서 사랑하고 존경할 만한 것을 찾아내어 ‘그것’을 인정하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분의 부모는 여러분이 부모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것과 꼭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인정을 기다리고 갈구한다.

아더 밀러의 소설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아버지 윌리는 외판원으로 가계를 유지하지만 두 아들 비프와 해피는 아버지의 부실한 실적과 방정치 못한 행실에 불만이 많다. 윌리의 아내 린다가 아버지를 두둔하지만 아들들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 결국 윌리는 사고를 위장하여 자살함으로써, 거기서 발생하는 보험금으로 아들 비프가 새롭게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이는 비단 아버지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다변화되어 가는 한국사회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숱한 난관을 거치면서 하루하루를 이겨가고 있다. 자식들에게 소홀한 면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은 그들의 뜻이 아니다. 부모는 여러분을 마지막까지 보듬고 인정할 최후의 보루이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부모도 여러분의 ‘인정’이 필요하다. 부모의 인정! 이번 어버이날에는 ‘당신이 나의 부모라서 참 행복합니다.’라고 적은 카드를 자그만 선물 안에 넣는 것은 어떨까?

유헌식(교양기초교육원)교수
유헌식(교양기초교육원)교수

 yooriu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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