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19. 부모, 자식사이에 벽이 있다
시사터치 19. 부모, 자식사이에 벽이 있다
  • 고우리·이호연 기자
  • 승인 2012.05.08 23:22
  • 호수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어버이날 돌아오지만 점점 부모 자녀 간 소통 줄어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敬老孝親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 어버이날의 정의다. 1956년 5월 8일에 지정된 ‘어머니날’은 1973년에 제정, 공포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날에는 각 가정에서 자녀들이 부모와 조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한 마음을 담은 선물을 드린다. 부모 공경과 경로사상을 인륜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어버이날은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로 가족 간의 정이 약해지고 부모 자녀 간의 소통이 단절되는 현상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떠올랐다. 2009년 12월에는 전남 영암군에서 아들 김모(26)씨가 아버지와 말다툼 중 뺨을 맞자 격분해 아버지를 둔기로 10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하고 1시간 뒤 어머니를 흉기로 수 십 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25년간 길러온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강도가 든 것처럼 위장하고자 집안을 어지럽히고 흉기를 버리는 등 죄가 무거워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김씨에게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지난 1월 26일에는 충남 당진시 합덕읍 농가주택에서 아들 김모(40)씨가 가족 4명을 차례로 살해한 뒤 불을 질러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경찰대 표창원(행정) 교수는 “대가족을 이뤄 모여 살던 과거에는 조부나 아버지 등이 가부장적인 권위를 갖고 갈등이 불거졌을 때 조정기능을 수행했지만 최근에는 가장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가족 간에 벌어지는 갈등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 소장은 “한국사회는 해방 직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혁명적 변화를 겪어왔다”고 전제한 뒤 “이 과정에서 전통가족 문화가 이기주의와 충돌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가족 간 살인범죄 역시 이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부모자녀 간 소통 단절이 심화되는 원인에는 부모들의 맞벌이가 늘고 아이들이 사교육에 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 대화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탓도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정보기기 발달이 가져온 개인주의 생활방식의 확산은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아이들은 부모 형제와 함께 있어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둔 채 누군가와 메세지를 주고받는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청소년 관련 통계를 보면 매일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30분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42.1%로 가장 많았고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6.8%에 달했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048명을 대상으로 ‘가족 간 대화 시간’에 관해 조사한 결과 가족과의 대화가 원만하게 잘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번 주 시사터치에서는 가족, 부모자녀간의 소통 단절과 해결책에 대해 ‘가족연구소 마음’의 허조은 선임연구원과 우리 대학 김병석(특수교육)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고우리·이호연 기자 dkdds@dankook.ac.kr

고우리·이호연 기자
고우리·이호연 기자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