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견(1) 정말 변해야 할 사람은 부모이다
전문가의견(1) 정말 변해야 할 사람은 부모이다
  • 단대신문
  • 승인 2012.05.08 23:30
  • 호수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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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잘 자란 고3학생에게서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자녀보다 세지 않아요. 그런 어머니가 정말 고맙고 내 인생을 다행으로 느끼게 해요.” 한편, 오래 전 심리학자로서 미국의 주립정신병원에서 몇 년을 보내는 동안 환자들에게 자주 들어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 말, “우리 어머니는 항상 자기만 옳아요.”는 앞의 말과 거의 정반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어머니가 지나치게 지배적이면 자녀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물론 아버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녀를 성숙한 인간으로 키우고 싶으면 자녀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 철학, 처세술 같은 독소를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뿜어야 한다. 물론, 부모도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없거나 용납할 수 없는 것에 한계를 긋는 행위 즉, 훈육이 필요하다. 그것은 어디까지 적절한 혹은 상식적인 수준에서여야 한다. 

오늘날 많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는 서로 대화하기 어렵다. 대화는 부모-자녀 상호작용의 가장 성숙한 형태이다. 부모-자녀 관계가 성숙할 때 부모는 자녀의 가치 혹은 자존감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된다. 그러나 반대로 미성숙한 부모-자녀관계는 자녀가 지닌 자기비하·혐오·의심·자기 과신 그리고 타인 불신·경계 태도의 원인이 된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폭력·위축·우울·방황은 거의 틀림없이 부모가 성숙하게 자녀를 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녀를 성숙하게 대하는 부모는 무엇보다도 자녀의 삶과 자신의 삶을 구별하는 능력과 자녀의 못하는 것, 잘하는 것, 잘난 점, 못난 점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자녀를 좋아하고 신뢰하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모든 부모는 다양한 삶에 대한 태도를 지니고 있으며, 그 중에는 삶을 방어적으로 살아야 하는 많은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들이 믿는 바대로 삶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사는 방식을 전수하고 싶어 한다. 성숙한 부모는 이런 자신의 욕구나 특성을 스스로 조절, 통제함으로써 자녀들이 비교적 자율적으로 삶을 확인하고 배울 수 있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삶을 충분히 보존하고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며, 자녀도 자신처럼 삶을 억울하게, 불공평하게, 불리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런 부모는 일상적 상호작용을 하는 동안 자신의 가치를 강요하는 한편 자기에게서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감정이 좌우하는 대로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자녀의 생각, 감정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반복되면 자녀는 부모와의 대화를 포기하게 된다. 문제는 미성숙한 부정적인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자녀의 성격발달에 남기는 후유증이다. 자신감·자존감 저하, 실천력·인내력 저하. 공격성·폭력성 증대, 우울·불안감 증대, 무력감·절망감 증대, 만성적 인간관계 문제, 학업실패, 자살·자해, 사회적 철수·고립 등 참으로 많은 청소년의 문제 행동이 유익하지 않은 부모-자녀 관계의 필연적인 부산물이다. 

자녀를 씩씩하고 자기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키우는 방식은 자녀의 변화에서보다 오히려 부모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가 현재 자신을 만족스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것은 첫째, 자녀가 자기답게 삶을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게 한다. 즉, 부모가 자신을 만족스럽게 생각할 수 있으면 자녀가  자기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창조하고, 필요한 조정과 적응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음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뿐 만 아니라 부모가 자신을 만족스럽게 신뢰하면 자녀의 삶이 직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우호곡절을 겪으면서 완성되어 간다는 삶의 평범한 특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 자녀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거나 기다릴 수 있다. 그것은 자녀가 자신을 신뢰하는 능력을 키운다. 이런 이유로 부모교육이나 상담의 일차적 목적은 자녀의 성장을 돕는데 있다기보다 부모 자신의 성장을 돕는데 있다.    

김병석(특수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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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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