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견(2) ‘조용한 가족’ 늘어나고 ‘한자리 밥상’ 줄어들고
전문가의견(2) ‘조용한 가족’ 늘어나고 ‘한자리 밥상’ 줄어들고
  • 단대신문
  • 승인 2012.05.08 23:36
  • 호수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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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취직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 몇 년 전만 해도 4학년 쯤 되면 슬슬 취업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대학 입학의 기쁨도 잠시 또 다른 취업의 관문으로 허덕이며 1학년 때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이력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취업에 목숨을 걸고 매진하는 것일까? 평균적으로 25세에 취직하고 60세쯤에 퇴직한다면 우리가 인생에서 직장인으로서 삶을 보내는 시간은 약 35년에서 길게는 40년 정도이다. 좋은 유치원과 학원, 조기 유학,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직과 높은 연봉이 정말 인생에서 엄청난 것이며 100세까지의 삶에서 50-60년의 행복을 보장할 만큼 대단한 것일까.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근래 최정상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학업성취도가 올해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학업성취도와는 상반되게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회가 진행한 ‘2011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의 국제비교’ 조사에서 한국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들이 꼭 행복과 비례하는 것만은 아닌가보다. 무엇이 진짜 행복인가.

  흔히 가까이 있을 땐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고 한다. 우리는 가족이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여기고 부모자녀관계는 언제나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는 중요하고 소중한 가족이지만, 눈이 있고 팔다리가 있는 것이 당연하듯이 가족 또한 마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모와 집은 그냥 잠시 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심지어 인간관계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외치며 선후배 관계, 학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지만 정작 가족과의 관계는 쉽게 등한시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세상과의 연결을 맺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기술을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배운다. 부모와 처음으로 맺는 연결고리가 인간관계의 원형이 되어 우리는 또래 관계를 만들고 세상으로 한걸음씩 나갈 수 있게 된다. 이 연결고리는 단순히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 뿐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결정한다. 부모와 편안하고 안정적인 연결을 맺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불안정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관계 회복을 하고 싶다면 가족에게 관심을 갖고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부모·자녀간의 대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이해도,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 등 청소년의 가족관계 실태’를 분석해 이를 발표했다. ‘부모가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응답한 자녀의 비율은 대학생이 23%, 고등학생이 20.7%, 중학생이 19.3%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6개월 동안 ‘가족과 함께 보낸 하루 평균 여가시간’을 질문한 결과 아버지 86분, 어머니 97분, 맞벌이부부 85분, 홑벌이부부 66분, 주말부부 34분, 일반가정 93분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중 두 시간도 채 안되었으며 그나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여가활동으로는 부모와 자녀 모두 TV시청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조용한 가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 가족과 얼마나 대화하는가? ‘학교 갈게요’, ‘밥 먹어라’ 등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대화’말이다. 부모자녀에 대한 기술과 조언들은 대부분 부모를 독자로 한다. 언제나 부모가 먼저 달라지고 배울 것을 요구한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대화해보는 것이 어떨까. 나쁜 부모는 없다. 완벽한 부모도 없다. 다만 갑자기 성장한 자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부모의 때와 달라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서툰 것뿐이다. 우리의 삶은 함께 배워가는 과정이다.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오늘은 우리가 먼저 용기를 내 보는 것이 어떨까.

허조은(가족연구소 마음 교육개발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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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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