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성달성⑨ 남자의 인내심
알성달성⑨ 남자의 인내심
  • 서 민(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2.05.16 03:49
  • 호수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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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참는 남자가 매력있다
 
2004년, 성을 판 이는 물론이고 성을 구매한 이도 무조건 입건시키도록 한 소위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됐다. 많은 남성들은 이에 반발했는데, 그 당시 남성들은 이런 식의 협박성 멘트를 댓글로 달았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강간이 급증할 거다.”
 그들의 말은 곧 남성이 성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하등한 동물이란 뜻인데, 그게 뭐 자랑이라고 그렇게 떠들어댔는지 모르겠다.
 그네들의 주장이 오류인 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우리나라의 성폭력은 세계에서 톱클래스였다는 거다. 즉 성을 자유로이 살 수 있던 시절에도 남성들은 많은 성폭력을 저질렀는데, 곰곰이 따져보면 이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어린아이가 소변을 가리는 훈련을 하면서 점차 어른이 되는 것처럼 젊은 남성들은 성욕을 가리는 훈련을 하면서 어른으로 자라야 마땅하다. 하지만 곳곳에 난립한 성매매 업소들은 남성들로 하여금 욕구를 참도록 하기보단 원할 때마다 성욕을 원 없이 발산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참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만든다. 신고된 것만 연간 수만 건에 이르는 성폭력은 참지 못하는 남자들이 저지른 당연한 귀결이리라. 놀라운 건 5세 아이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성폭행 대상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조카와 처제 등 친인척관계의 여자에게도 부끄럼 없이 성기를 휘둘러 댄다는 거다. 혹자는 이런 예를 들면서 성매매특별법 무용론을 펴지만, 법이 시행중인 지금도 성매매가 성업 중인 현실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성폭력까지 가지 않더라도 남성들은 여자가 좀 예쁘게 차려입기만 하면 좋아라고 껄떡거리기 일쑤다. 물론 이렇게 들이대는 게 남성의 매력이라 생각하는 이가 많고, 또 그런 시선을 즐기는 여성들도 없진 않겠지만,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을 성욕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남성들의 태도를 부담스러워했다.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는 남자가 인기가 있는 건 이 대목에서다. 여자를 어떻게 한번 해보려고 눈을 게슴츠레 뜨는 대신 자기를 동료로 대하며 편하게 웃어주는 남자,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여자는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다. 잡으려면 사라지고 가만 놔두면 다시 나타난다. 여자끼리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쟤네랑 어떻게 합석해볼까?”를 연구하며 히히덕거리기보단 술집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를 뚫어지게 바라보라. 아마 그 여자들은 자신에게 무관심한 채 천장만 바라보는 당신에게 흥미를 느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지가 그리 쉽게 되는 건 아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이런 참을성을 길러주지 않으니 스스로 인내심을 연마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탔는데 옆자리에 짧은 치마의 미녀가 앉았다. 흘끔흘끔 다리를 쳐다보기보단 그냥 무덤덤하게 책만 읽어 보자. 버스에서 내릴 때 그녀가 존경의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걸 느낄 수 있으리라. 잘 참는 남자가 매력있다.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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