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동행하며 기억에 영원히 남는 진정한 스승과 제자
운명처럼 동행하며 기억에 영원히 남는 진정한 스승과 제자
  • 엄기표(교양기초교육원)교수
  • 승인 2012.05.16 10:15
  • 호수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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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5월은 사랑과 감사의 달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랑은 가족을, 감사는 스승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가족은 운명적으로 맺어져 늘 곁에 있는 위안과 의지의 대상이다. 그런데 스승은 가족처럼 항상 곁에 있지는 못하지만 그 이상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존재이다. 스승은 가족과 달리 선택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이상으로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는 최후의 보루 같은 대상이다.

너무도 식상하여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스승과 관련된 내용일 경우 쓸 수밖에 없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유교사회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이구나 하는 맞장구가 절로 나온다. 어려서는 솔직히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무리 스승의 은혜가 크다고 하지만 늘 곁에서 입혀주고 먹여주고 가르쳐주는 부모의 은혜에 견줄만한 존재가 있을까 하고 의구심을 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중요성에 대하여 서서히 느끼게 되었고, 스승과의 인연과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더구나 특정 전문 분야를 연구하면서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더더욱 스승이 든든한 버팀목이자 울타리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가 변하여 임금은 아니더라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스승과 부모의 은혜는 견주기 힘든 대상이다.

어쨌든 누구나 아련한 추억 속의 스승이 있기도 하고, 머릿속에 깊게 새겨져 기억에 남은 스승이 있을 것이다. 좋든 싫든 잊혀지지 않는 스승들이다. 그런데 잘해주고 좋은 말씀만을 해준 스승은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하면 크게 혼을 내거나 종아리를 때리고, 예의에 벗어나면 꾸지람을 했던 분들이 기억속에 잘 남아있다.

그러나 모두 제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인간 됨됨이를 올바르게 하여 더 나은 미래로 인도하려던 스승들이다. 제자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그냥 무관심했을 것이다. 굳이 눈을 붉히면서까지 제자에게 이유없이 꾸지람이나 혼을 낸 스승은 없다.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며, 잘못을 엄하게 나무라는 스승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고 그나마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도 잊지 못할 아니 잊을 수 없는 스승이 있다. 지금도 가장 가까이 계시면서 관심과 격려로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잘못하거나 긴장이 풀어져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판단되면 여차없이 제자를 위하는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와 채찍질을 해 주신다. 그리고 올곧은 학문의 길과 진실된 사제관계를 언행으로 일치시켜 보여주시는 분이다. 말이 아닌 삶 그 자체가 액면그대로 스승의 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스승이자 영원히 기억될 은사이다.

때로는 힘들고 시간에 쫓겨 스승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자유를 만끽하고 나만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지만 조금만 지나면 스승의 울타리가 얼마나 크고 나만의 세계가 허황된 것인가를 알게 된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형성된 울타리는 얽히고설켜 있는 것이지 별도로 있지는 않다. 그래서 제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배신하지 않고 스승에게 최선을 다하여 결초보은해야 한다. 가깝고도 어려운 관계지만 운명처럼 동행하는 스승을 모시고 있다는 것이 가끔은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것도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때 추억이 아닌 기억으로 영원히 남는 진정한 스승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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