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8. 『삼국지』 이문열 vs 황석영
막상막하 8. 『삼국지』 이문열 vs 황석영
  • 김경민
  • 승인 2012.05.16 19:39
  • 호수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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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에 충실해 부담 없는 황석영 vs 사실 비교로 객관적 돕는 이문열


‘“옜다 조조야, 칼 받아라.” 하면서 그 동작까지 흉내내느라 바느질하던 손을 높이 쳐들었을 때 엄마의 손끝에서 번쩍이는 바늘 빛은 칼 빛 못지않게 섬뜩하고도 찬란했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문장이다. 소설 삼국지는 다른 소설 속에서조차 자주 등장한다. 수많은 사람이 앞 다퉈 삼국지를 번역·출판했지만 그중 이문열과 황석영이 단연 ‘명장’이다.

① 인물평가 유비 vs 조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14세기 원나라 말 극작가로써 활동했던 나관중(삼국지연의)이 쓴 장편소설로써, 촉한정통론에 입각해 유비를 주인공으로, 조조는 악역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이문열은 삼국지의 출판을 계획하며 애초부터 조조의 재해석을 목표로 삼았다. 물론 삼국지의 가장 큰 틀인 촉한정통론을 따랐으나 기존 유비 평가에 조조를 재해석한 부분을 끼워 넣으며, 양쪽의 균형을 맞추려고 시도했다. 예를 들어 일반적 삼국지에서 조조가 간사한 계책을 세우는 장면을 이문열은 조조가 과감한 결단성으로 구국의 결단을 내리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에 반해 황석영은 기존의 촉한정통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유비는 더욱 선하고 백성과 부하를 아끼는 덕장으로, 조조는 본연의 악역으로 그렸다.

② 글의 전개와 내용
이문열과 황석영은 내용뿐 아니라 문체와 전개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일반적인 번역본이 아닌 평역 삼국지로써, 사건 묘사 뒤에 작가의 평을 등장시켜 객관적으로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자의적 해석과 소설 외의 실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비교 때문에 삼국지 원서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이에 반해 3년 늦게 나온 황석영의 삼국지는 전체적으로 독자들에게 한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진행방식을 사용한다.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로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100편이 넘는 한시를 중요 장면마다 삽입해 작품몰입을 도와준다.

③ 유비와 제갈공명 그 후의 이야기
일반적인 삼국지들과 마찬가지로 이문열의 삼국지 또한 유비와 제갈공명의 죽음 그 이후의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제갈공명이 죽은 후로, 각 나라의 쇠퇴과정을 빠르게 나타내며 진나라가 등장함으로써 소설이 끝나게 된다. 반면 황석영의 삼국지의 경우, 제갈공명의 죽고 나서 강유가 끝까지 항쟁하는 모습이 자세히 나와 있다. 다소 허탈한 삼국지의 마무리가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황석형의 삼국지를 권한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몰아치던 시절은 갔지만, 삼국지는 여전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소설이다. 덕이 있고 정의로운 유비, 권모술수에 능하고 리더십이 뛰어났던 조조, 다른 두 군주에 비해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삼국의 한축을 이뤘던 손권까지. 흥미진진한 세 영웅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면, 무엇을 읽을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한 때 천하를 호령했던 호걸들에게서 시대를 뛰어넘는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경민 기자 ehreh121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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