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Occult) 문화
오컬트(Occult) 문화
  • 신현식 수습기자
  • 승인 2012.05.22 12:20
  • 호수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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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잘못된 문화로만 봐야할까?
지난달 30일 신촌 한복판에서 무차별 살인을 저질러 세상을 경악케 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오컬트 카페 회원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새삼 ‘오컬트(Occult)’라는 단어가 인터넷 검색창에 올랐다.
오컬트는 ‘비밀’을 뜻하는 라틴어 ‘오쿨투스’(Occult)에서 비롯됐다. 최근 들어서는 초자연적인 요술이나 주술·심령·점성·예언 등 비합리적이지만 신비감을 주는 문화를 일컫는다. 10대 일부는 오컬트를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즐긴다. 소수의 열광적 마니아집단을 연상시키는 ‘컬트’(Cult)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악령, 악마, 영혼, 주술 등이 오컬트 문화를 이루는 주요 내용이다. 학창시절 볼펜을 맞잡고 ‘분신사바 분신사바’를 3번씩 속삭여본 이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들은 부유했고, 성적도 중위권이었고, 꽤 조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대와 왕따에 시달렸다. 결국 이들이 찾은 것은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이었다. 현실에서는 없던 친구도 온라인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던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처럼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들이 오컬트 문화에 빠진 이유는 단지 이들의 시선이 닿은 곳이 오컬트 카페였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만 활발했던 이들은 현실에서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았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 오컬트 카페에 물들어 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잔혹한 살인과 오컬트와의 관계를 어떻게 봤을까? 신촌 살인 사건을 맡은 프로파일러는 이들의 살인 방식이 오컬트 문화에 빠진 사람들의 행동 방식이 아닌 단순한 살인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가해자들이 역할을 나누며 계획적인 살인을 했고 살인 이후 사체를 은폐하기도 했으며, 지속적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교환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오컬트의 ‘사령’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면 결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분석이다.
이번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오컬트 카페 사람들의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이유만으로 오컬트 문화를 나쁘게만 보는 것은 비약이다. 예를 들어 UFO나 분신사바와 같은 재미와 호기심에 의한 주술 활동 등 세상의 불가사의들에 대한 탐구는 건전한 오컬트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가해자들은 자신들과 소통할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들이 형량을 채우고 나와 또 범행을 저지를지 아니면 사회에 보탬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손가락질이 아니라 청소년 학교 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과 관심이 아닐까?
신현식 기자 shsnice10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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