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사람들을 만나다 ⑦ 우리 대학 새벽풍경
새벽 사람들을 만나다 ⑦ 우리 대학 새벽풍경
  • 고우리·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5.22 12:29
  • 호수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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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열기보다 덜 하지만 새벽에도 캠퍼스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낮 12시, 수업을 듣기 위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또 다른 이유로 캠퍼스를 활보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보인다. 하지만 12시간이 지난 밤 12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캠퍼스 곳곳의 새벽 풍경은 어떨까.  <편집자 주>

 

밤 10시, 가장 먼저 우리 대학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실을 찾아갔다. 대학 행정부서와 동아리방, 총학생회 등 어느 곳보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혜당관에서 정종모 경비원과 함께 순찰을 돌았다. 혜당관 내에는 총 9개의 문이 있는데 그 중 2층의 양쪽 문은 마지막으로 순찰을 도는 11시 30분전 까지 열어 놓는다고 한다. 4층은 학생들의 편의와 화재 대비를 위해 24시간 문을 열어 놓는다. 정 경비원을 따라 2층과 4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의 문을 잠그고 각 화장실의 창문을 닫고 불끄는 일을 했다. 정 경비원은 “학생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건물인 만큼 학생들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가끔 새벽에 술을 먹고 경비실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는 학생들이 있지만 경비원으로서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벽 1시, 사회과학대를 지나 불이 켜진 제2공학관의 공과대학 학생회실을 발견했다. 세 명의 화학공학과 2학년 학생들이었다. 한창 공부를 하고 있던 김인태(화학공·2)군은 “내일 아침 9시에 시험이 있어 아침까지 학생회실에 있을 계획”이라며 “평소에는 2~3시까지 하고 시험 전날에는 밤을 새는 편이다”고 말했다. 간단한 취재를 마치고 조용히 나오니 같은 층 공과대학 풍물동아리인 바람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마다 폭포공원에서 풍물연습을 하던 동아리 학생들이다. 토요일에 있을 창립 22주년기념 공연 연습을 마치고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이대용(고분자시스템·2·휴학)군은 “낮에는 학업에 열중하고 새벽에 선후배들과 밤을 보내며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이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바람터의 끈끈한 선후배 관계에 대해 말했다. 자리에 함께 있던 박지원(도예·2)양은 공대생이 아님에도 아는 선배의 추천에 바람터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기자는 취재를 하러 온 것을 잊고 한창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술 한잔 받아 마셨다.

 

‘바람터’ 풍물 동아리방에서 늦은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대용(고분자시스템·2)군, 김승기(화학·3)군, 박지원(도예·2)양.

새벽 2시, 새벽이라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웅크리며 들샘길을 따라 올라가다 계단에 쪼르르 앉아있는 4명의 모바일시스템공학과 남학생들을 보았다. 학교 밑에서 놀다 기숙사에 가려고 계단을 오르다 잠깐 쉬는 중이라고 한다. 한 남학생은 기숙사까지 올라가기 너무 힘들다며 캠퍼스를 깎아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기숙사 가는 길에 위치한 단대마트 뒤 쪽, 대운동장 뒷산 등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라며 기자보다 더 자세히 캠퍼스 곳곳을 설명한다. 

새벽 2시 40분, 집현재 기숙사의 행정고시 독서실을 찾아갔다. 단 한 명의 남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두 달째 행정고시를 준비 중이라는 이 학생은 행정고시 독서실은 자신이 편한 시간에 와서 언제든지 공부를 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새벽에 공부가 잘 되는 편일뿐더러 오전에 수업이 없어 매일 온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지금 힘들지만 나중에 내가 한 만큼 돌아오니까”라고 짧게 말한다.

새벽 3시, 분수대 앞에 세워진 1005-1번 버스 안에서 정리하는 기사가 보였다. 냉큼 달려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흔쾌히 버스로 올라오라고 한다. 1005-1번 버스를 6년 정도 몰았다는 장재운(40) 기사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쉰다며 이 생활에 적응하기 전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한다. 가장 힘든 점에 대해 묻자 “졸린 것은 잠깐 버스에서 내리거나 껌을 씹으면 해결되지만 취객들이 말을 걸고, 시비를 거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캠퍼스의 새벽 주인이 있었다

17일 밤 11시 30분, 늦은 시간임에도 천안캠퍼스 곳곳에 불이 켜져 있다. 축제를 앞두고 있어선지 늦은 시간임에도 활기찬 분위기다. 신문사를 나오니 조용한 학생회관에서 유독 어느 한 곳에서 불빛과 소리가 새어나온다. 총학생회 사무실이다.


“어떤 노래가 좋을까?”
총학생회실에선 총학생회 15명이 축제 관련 회의에 한창이었다. ‘소원을 말해봐’ 영상의 노래를 고르고, 다른 동영상들을 참고하며 ‘어떤 식으로 만들까’ 상의한다. 4일째 밤샘작업을 이어가고 있단다. 분명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회의 분위기가 밝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장진영(전자공·4) 총학생회장은 “당연히 피곤하다”면서도 “그래도 학생들이 축제를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고 대답한다. 이어 “국원 및 부장이 자발적으로 일을 다 마치기 전까진 못 간다고 먼저 말했다”고 덧붙인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겠죠.”
오늘의 회의 주제는 대동제 프로그램인 ‘소원을 말해봐’다. 기자가 오기 전까지도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촬영을 했다고 한다. 개인부터 단체까지 ‘간식 주세요’라는 소원, ‘성년의 날 꽃 받고 싶어요’라는 소원 등 크고 작은 학생들의 소원을 80%쯤 이룬 상태. 김기훈(화학·4) 부총학생회장은 “의미 있는 소원을 추려 더 좋은 것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있으면 공부도 즐겁다는 김태흥(수학·3), 임소형(수학·3) 커플.

 


“어? 안녕하세요.”
첨단과학대에 불 켜진 한 강의실 문을 두드리자 김태흥(수학·3)군과 임소형(수학·3)양이 놀란 표정으로 연필을 그대로 쥔 채 일어나 인사한다. 수학과의 몇몇 과목은 시험을 3번 보는데, 바로 내일이 시험이라 공부하던 중이란다. 서로 모르는 것을 알려주며 공부하기 때문에 도서관보다 강의실을 선호한다고 한다. 집중이 안 될 땐 칠판을 이용해 문제를 풀거나 너무 졸릴 땐 소파에서 잠깐 쪽잠을 청하기도 한다.

바로 위층의 실험실에서는 네 명의 대학원생들이 실험에 한창이었다. 단백질 정제·발현 실험 중이었다는 최영균(생명과학·석사과정·3학기) 원우는 “논문 때문에 바쁘다”며 “보통 아침 9시에 학교에 와 조교 업무와 공부를 마친 후 새벽 1시까지 실험에 몰두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시간은 물론 수면시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힘들다. 이어 “실험이 잘 안 풀릴 때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럴 때는 될 때까지 계속 시도하거나 놀러 나간다”면서 “오늘 실험은 잘 끝났다”고 환히 웃는다.

 

실험이 잘 끝나 기쁘다는 최영균(생명과학·석사과정·3학기) 원우.

벌써 2시를 넘긴 시각. 힘들게 찾아간 의대 독서실은 예상과 달리 한 학생을 제외하곤 텅 비어있다. 12시부터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만기(간호·2)군은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냐는 질문에 “다들 시험도 끝나고 다음 주가 축제라 오늘은 공부 안 하기로 했나 보다”고 웃으면서도 “근데 정말 신기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두세 명 더 있었는데….”라며 연신 고개를 갸우뚱한다. 의자에 걸려있는 가운들과 책상에 가득 쌓인 책들을 보니 정말 의대 같다고 농담을 건네자 “원래 여기는 다들 고등학교처럼 책을 잔뜩 가져다 놓는다”며 책상 아래 책으로 가득한 상자를 보여준다. 과의 특성상 진도도 많이 나가는 데다 후배들이 열심히 해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복습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이군은 “군대에 갔다 오니 머리에 남은 게 하나도 없어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한숨을 쉰다.

“아, 저희 놀기만 하는 것처럼 비춰지면 안 되는데….”
인문과학대 4층 일본어과 학회실에서는 최혁(일본어·3), 최해성(일본어·3) 형제가 후배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최혁군은 “학회실에는 우리끼리만 있을 수 있어 좋다.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제일 재밌다”며 동생에게 술 한 잔을 건넨다. 최해성군도 “서로 실없는 소리를 하더라도 그게 너무 재밌다”면서도 학회실에서 놀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듯 “그래도 시험기간이면 학회실이 독서실로 변한다”고 강조했다. 형제는 축제 때도 전체 축제를 즐기기 보단 과 행사에 집중할 예정이다. 과 주점을 홍보하거나 주점을 지키고, 시간이 되면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이다.

어느새 시계는 4시 30분을 가리키고, 마지막으로 찾은 율곡기념도서관 앞에서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있는 서준영(러시아어·3)군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역을 복수전공하고 있다는 서군은 “국제무역사자격증 공부 및 전공 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며 “새벽이 사람도 없어 덜 시끄럽고, 집중도 더 잘 된다”고 설명했다.

죽전·천안캠퍼스의 새벽은 저마다 다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가까운 시험을 위해, 선후배와 함께하기 위해, 주어진 일을 끝내기 위해 매일의 새벽을 지새운다. 모든 이에게 다른 새벽이지만 김승기(화학·3)군의 말처럼 “새벽이란 써먹으면 이익이 될 수 있는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고우리·김예은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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