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의 축제에 대하여
우리 대학의 축제에 대하여
  • 배개화(교양기초교육원)교수
  • 승인 2012.05.22 14:17
  • 호수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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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정을 거닐다 보면 학생들이 다음 주의 축제를 위해서 단체로 춤을 연습 하거나 피구 등과 같은 운동 경기 예선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그녀들의 풋풋하고 발랄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옛날 대학 다닐 때도 생각나고, 저렇게 무리지어 흥겹게 놀아 본 것이 언제였던가 하는 부러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내가 지난 4년 동안 지켜본 대학 축제의 모습은 마냥 부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축제에는 ‘함평 나비축제’나 ‘황순원 문학제’와 같이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하여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도 있고, ‘하회별신굿’이나 ‘동해별신굿’처럼 정해진 날이나 기간을 축하하여 흥겹게 벌이는 의식이나 행사도 있다. 두 번째 유형의 축제는 공동체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시에 서로의 결속을 다지는 것으로 우리 대학의 축제도 여기에 해당한다. 제사 지내야 할 단국대의 신 같은 것은 없지만, 대학의 구성원들을 축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그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과 단국 대학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 대학의 축제는 왠지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을 준다. 축제가 시작되면 캠퍼스는 각과에서 설치한 간이주점의 천막으로 뒤덮인다. 각 과의 학생들은 모두 주점에 나와 술을 팔기도 하고 사먹기도 한다. 스스로가 판매자인 동시에 소비자인데, 예전에 한 주점에 들려 살짝 물어 보니 대체로 적자라고 한다. 학교 내 통로는 꼬치구이나, 물총 판매대 등으로 왁자지껄한데 어설픈 유원지의 흉내를 낸 풍경이다.

또한, 축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 부문에서 학생들의 활약은 더욱 빈곤해진다. 학생들 대신 아이돌 가수들이 그 빈 부분을 채우고, 그들의 공연은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내 기억에 우리 대학 축제를 찾았던 아이돌로는 ‘원더걸스,’ ‘2PM,’ ‘샤이니’ 등이 있었다. 이들의 공연은 인근 주민들이나 타교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해 축제 기간 동안 캠퍼스를 방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도 솔직히 ‘2PM’이 공연했을 때는 그들의 공연을 무대 뒤에서나마 지켜본 적이 있다.

아이돌의 공연은 그들을 생눈으로 영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제의 흥밋거리가 되지만, 학생들이 이들에 열광하며 환호하는 동안 축제의 주체들은 축제의 소비자로 바뀐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부모들의 교육열 덕분에 유치원 때부터 예체능 교육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들의 가진 특기나 재능을 활용해서 자발적인 공연이나 경연 대회 등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축제의 문화적 주체가 되는 데에 어색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애써 준비한 공연들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4년 동안 축제를 체험했지만, 나는 학생들의 공연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분명 축제 전에는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공연 연습하는 것을 보았는데, 축제 기간 동안 어디서 그 공연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축제의 전 일정을 알 수도 없고 관심 있는 문화 공연 등을 찾아가서 볼 수 있는 카탈로그도 없다. 아이돌 가수의 공연도 입소문으로 아는 정도이다.

축제 기간 동안 학생들은 주점에서 과나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다른 과 친구들과 교류하며,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에서 축제의 재미를 찾는다. 동시에 캠퍼스는 짝퉁 유원지와 상업문화의 경연장이 되어버린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전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축제의 ‘전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의 각 주체들은 ‘축제를 기획’하려고 노력하고, 거기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여, 우리 대학만의 축제 전통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각 과나 단과 대학 단위로 준비된 학생들의 공연이나 활동이 좀 더 체계적으로 홍보되고 공유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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