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구생활22. '주식회사 와이랩' 장보람 만화 통번역 매니저
직업 탐구생활22. '주식회사 와이랩' 장보람 만화 통번역 매니저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2.05.22 17:26
  • 호수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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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말고 꿈이 있다면 도전하세요”

출퇴근 시간이 모두 오후. 이렇게 만나기 힘든 사람이 있을까. “밤새서 작가의 원고를 기다리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니 서면 인터뷰를 요구한 상대방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이번 직업탐구생활의 주인공은 장보람(일본어·11졸) 만화 통번역 매니저. 한국 만화를 일본에 수출하는 ‘주식회사 와이랩'에서 번역을 담당하는 그녀를 서면으로 만났다.  <편집자 주>

▲ 정보람 만화 통번역 매니저

만화 통번역 매니저. 이 생소한 직업명은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정보를 찾기 어렵다. 장보람 만화 통번역 매니저도 어렸을 적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것에는 소질이 없었다. 그녀는 만화와 관련된 직업이 무엇이 있을지 찾았다. 그러다 발견한 직업이 바로 ‘만화 통번역 매니저’다.

만화 통번역 매니저는 통역 및 번역을 하여 만화가와 일본 편집기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을 원활하게 해주고, 만화가의 개인 스케줄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그 외 작품이 다른 분야로 진출할 때 계약서 작성과 검토 등의 대외 업무에도 참여한다.

만화 통번역 매니저가 되기 위해선 최소 두 가지 필수조건이 있다. 하나는 4년제 대학 졸업, 학사학위는 만화 편집기자에게 요구되는 교육수준의 마지노선이다. 다른 하나는 뛰어난 일본어 실력. 일본의 만화가 전 세계 85%이상을 차지할 만큼 대중적이기 때문에 일본어 실력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인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우리대학 일본어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만년 불황인 한국 만화시장에서 만화 통번역 매니저가 될 수 있는 길이 아주 좁았다.

취업을 위해 남들 따라 스펙을 쌓고 학점을 관리하며 지내다 보니 처음의 흥미도 차츰 잃어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휴학을 결심하고 돈을 모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일본에 가서야 일본 만화계에도 한국 만화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일본어를 전혀 못하지만 일본어에 능통한 매니저를 두고 일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리고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다시금 꿈을 정해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한국 만화를 일본에 수출하는 ‘주식회사 와이랩’이라는 현재의 회사도 알게 됐다. 당시 회사는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없었지만 그녀는 무턱대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다. 회사는 이런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우선 아르바이트로 채용했다. 6개월 뒤 정직원으로 계약했고 지금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장보람 만화 통번역 매니저는 집영사에서 연재중인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의 팀 매니저를 맡고 있다. 집영사는 슬램덩크, 드래곤볼, 원피스 등 수많은 히트작품을 배출한 동종업계 최고의 출판사다. 그녀는 작가들의 마감관리 및 일본 편집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도록 통·번역을 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네이버 웹툰이 일본 앱시장에 진출해서 매주 60개의 웹툰이 일본시장에 제공되고 있다. 그 중 40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일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무엇보다 뛰어난 일본어 실력을 꼽았다. “세계 최고 만화 시장인 일본과 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단순한 의사소통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내가 쓴 문장이 일본인이 접했을 때 어색하지 않을 만큼 원어민 수준의 일본어 능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창작을 하는 작가들은 주로 무척 섬세하다"며 “때문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직장에서 동료들이 마련한 자신의 생일파티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담당 작가가 자신의 캐리커쳐를 그려 케이크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할 때, 작가들이 지정된 마감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내내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고 전했다. “원고를 기다리느라 첫차를 타고 귀가한 적도 있었다. 지정된 출퇴근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마감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퇴근시간이나 주말에 마음 놓고 쉴 수 없다”며 힘든 점을 토로했다.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김윤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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