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20. 소비자 불편 무시하는 대형마트 강제휴무
시사터치 20. 소비자 불편 무시하는 대형마트 강제휴무
  • 임병화(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 승인 2012.05.22 17:49
  • 호수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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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2010년 12월 재래시장을 비롯한 중소상점가 주변 대형마트와 SSM(Super Supermarket, 기업형슈퍼마켓) 입점이 금지되었다. 2011년 3월 그 범위가 확장되어 반경 500m에서 1km로 확장되었고 일몰시간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었다. 다시 1년이 지난 후 시·도지사에 위임된 SSM 사업조정제도에 따라 2012년 4월 14일 충남 서산시를 시작으로 SSM과 대형마트의 강제휴무가 시작되었고 1개월이 조금 지난 후 현재 전국 153개 점포가 강제휴무에 들어갔다. 또한 4·11 총선을 치루면서 새누리당은 인구 30만명 미만 중소도시에는 대형마트 및 SSM의 진입을 5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끊이질 않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같이 있는 올해 정치권의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약 실천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정책들이 너무 짧은 시간이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다. 보통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적어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도입되고 있는 작금의 재래시장 및 골목상권을 위한 정책들이 얼마만큼의 고민 끝에 나온 것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대형마트의 강제휴무는 찬반이 나뉘는 상황이다. 대개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연령대가 높고 새로운 기획을 짜거나 사업전환을 시도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많다. 따라서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주변 대형마트나 SSM의 영업을 제한하여 소비자를 이들에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강제휴무 찬성의 가장 큰 이유이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직 제도 시행 초기라 확실하게 평가하기 이르긴 하지만 지난 주 일요일 강제휴무에 따라 서울지역 재래시장과 마트 주변에 손님이 늘었다는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지역별 온도차가 다르긴 해도 중소상점가에 긍정적인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불편한 진실들이 너무나 많다. 제일 먼저 소비자들의 불편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인 등 2인 이하 가구가 급증한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은 당연히 일요일이다. 이들은 휴무일에 장보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기 보다는 평일에 시간을 내던지 인터넷 슈퍼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둘째로는 대형마트 관련 종사자들의 생존권 문제이다. 최근 대형마트 강제휴무로 인해 주말 매출이 평소에 비해 40% 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대형마트의 매출액 감소는 직접적으로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협력업체들의 매출손실과 이어진다. 특히 신선함이 중요한 채소나 과일 등 농수축산물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상당한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고용자는 판촉 사원과 아르바이트, 주말 파트타이머, 주부 사원 등 생계형 근로자들이 대부분으로 강제휴무로 인한 이들의 인력 단축 및 임금수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유통산업의 경쟁력 하락이다. 점점 증가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에 따라 외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질적 향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대형화되고 개인 맞춤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산업의 발전을 저지하는 영업제한은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얼핏 보아도 강제휴무로 인해 피해를 받는 쪽이 훨씬 많으며 중소상점의 영세업자들을 위해 대형마트의 영세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중소상공인을 위해서는 경쟁을 해치는 정책보다는 경쟁 촉진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분명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영세사업자들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맞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민간 사업자들의 영업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절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 일반 소비자가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왜 이용하지 않는지, 어떻게 변하면 이용할 것인지 한번만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중소상인들이 갖고 있는 근거리 입지, 상품·가격 경쟁력, 상점 간 연계 등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혁신을 위한 자구노력을 해야 하며 정부는 이들의 자구노력을 도와주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임병화(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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