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아가는데 별로 필요 없잖아요?
세상 살아가는데 별로 필요 없잖아요?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2.05.29 12:03
  • 호수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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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왜 파란가요?” 아주 어린 시절 어머니께 이런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왜 밤이 되면 별이 빛나요?”, “불은 왜 뜨거운 건가요?” 등, 언어를 배우면서 어린아이들은 부모에게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전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자의 친구들과 만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하나 빠짐없이 ‘똘똘하다’는 소리 한번쯤 안 들어본 녀석이 없다. 똘똘하다는 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성적표에 ‘수’, ‘우’가 즐비한 걸 보니 학교성적이 좋으면 똘똘하다는 소리를 들었나보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하던 그 똘똘했던 녀석들, 지금은 전부 미취업자이거나 시시한 알바생 신세다.

기자의 중․고등학교 시절엔 시험에 객관식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수학엔 가끔 주관식 문제가 있었지만 전부 단답형 문제였다. 5지선다형 객관식 문제. 공부 안 해도 정답 확률이 20%나 된다. 창의력도 그다지 필요치 않고 장문의 글씨기도 필요 없다.

이뿔싸! 그런데 이게 웬일, 대학에 입학하니 온통 글쓰기다. 리포트도 글쓰기, 시험도 글쓰기. 대학은 중․고등학교 때 사라져버린 ‘창의력’을 다시 요구했다. 여기에 졸업논문은 창의력의 ‘끝판왕’이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졸업논문을 시험으로 대체하는 과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영학과 졸업시험은 전부 객관식이란다. 중․고등학교 때 친숙했던 그 객관식 문제.

졸업논문을 시험으로 대체하는 과들은 대부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혹은 사회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해 시험으로 대체한다고 설명한다. 논문이 취업과는 별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시험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어차피 학사논문이고 자신들이 대단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없기 때문이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윤주필(한국어문) 교수는 “졸업논문은 대학 교육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순수학문이고 논문 쓰기는 어떤 것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현실의 대학생들은 철저하게 ‘교육된 지식’으로만 머릿속이 가득 차있지 가진 지식으로부터의 의문은 없다. 대학에서 순수학문은 사라지고 대신 세상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한 대안들만 난무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취업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대학이 과연 학생들을 위해서 취업률을 올리려고 하는지는 의문이다. 혹 대학평가에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는 아닌가. 학생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대학교 4학년쯤 되었다면 자신의 밥그릇은 스스로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오로지 취업에만 목말라 있고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태도는 참으로 위태로워 보인다. 정작 하늘이 왜 파란가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모르면서 말이다.

 

 

서준석 기자 seojs0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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