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배우고 그러면 안 되지”
“12년 배우고 그러면 안 되지”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5.29 16:38
  • 호수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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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모두 끝난 지난 26일, 미화원 아주머니들을 찾아 갔다. “단대신문 기자 왔다”며 반갑게 맞아 주는 아주머니들에게 “축제 때 뒷정리가 잘 안 되는 거 취재하러 왔다”고 하자 단번에 “잉, 단대 학생들 착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라, 이게 아닌데….

부피가 큰 쓰레기를 줍고, 빗자루로 바닥을 쓴 후 물을 뿌려 음식물쓰레기를 치운다. 아주머니들의 청소 방법이다. 한 아주머니는 “어휴, 학생들이 술을 마시니까 길에다 위·아래로 속을 다 비워. 그것도 다 우리가 고무장갑 끼고 치웠어”라고 말한다. 비위가 약한 기자가 안 좋은 낯빛으로 겨우겨우 “힘드시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그래도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잖아. 괜찮아, 다 이해해”라며 환히 웃는다. 말 그대로의 ‘엄마 미소’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기자가 만나본 미화원 아주머니들, 경비원들 모두 “작년보다 나아졌다”며 “학생들 덕분에 올해는 수고를 덜었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술에 취해 경비실 문을 깬 학생도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없었다”는 한 경비원의 말에 “화장실에 토해놓은 거 빼고 밖은 깨끗해졌어”라고 한 미화원 아주머니가 얼른 말을 잇는다. “단대 학생들 칭찬해 줘야 돼”라는 말과 함께.

아주머니의 말에 감동받은 기자가 여운을 지닌 채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도 순식간에 대답이 돌아온다. “담배랑 침!” ‘엄마 미소’가 ‘엄마가 뿔났다’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취재를 위해 만난 미화원 아주머니들, 경비원들, 시설관리과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생들이 함부로 버리는 담배꽁초와 아무데나 뱉는 가래침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일 아침 사람 많기로 소문난 인문대로 등교하는 기자도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 때문에 하루를 불쾌하게 시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몇몇 학생들은 쓰레기통, 심지어 재떨이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면서도 담배꽁초는 바닥에, 가래침은 꼭 쓰레기통 위에 뱉어야 속이 시원한가 보다.

개교 30주년을 맞아 천안캠퍼스가 ‘담배연기 없는 클린 단국, 금연 캠퍼스’를 선포한지도 벌써 4년이 흘렀다. 그때 신입생이던 누군가는 졸업반이 되었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금연’이라 쓰여 있는 바리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금연 캠퍼스’ 스티커가 붙어 있는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4년 전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담배문제를 ‘단대의 숙제’라고 표현한 한 미화원 아주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담배 피우는 건 괜찮다 이거야. 근데 우리가 매일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손으로 걷어낸다고. 쓰레기통 비울 때도 쓰레기가 잘 안 떨어져서 가래침을 다 닦아야 돼. 초·중·고 12년 교육받고 대학 온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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