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성달성 ⑪동성애에 대한 시각
알성달성 ⑪동성애에 대한 시각
  • 서 민(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2.05.30 16:59
  • 호수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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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가 필요한 나라
 “윤경식은 게이.”
 수업을 하려고 강의실에 들어갔더니 칠판에 저런 낙서가 적혀 있다. 이 낙서가 안타까웠던 이유는, ‘게이’라는 말이 친구를 놀리는 수단이 되는 현실 때문이었다. 윤경식(가명)은 필시 게이가 아닐 터였고, 그 낙서를 지우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리라. 동성애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나아진 건 분명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먼 모양이다.
 호감을 느끼는 대상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김태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김태희가 뭐가 예쁘냐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머리긴 여자가 좋은 반면 삭발녀에게 끌리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다소 진부한 얘기이긴 해도 이런 취향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성적 취향을 일컫는다. 이건 본인이 선택한 것도 아니며, 그냥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거다. 이것 역시 그 자체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건만, 출신지역이나 피부색이 차별의 근거가 되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당연한 원칙은 통하지 않는다. 물론 외국에서도 게이를 터부시하는 경향은 존재한다. 이런 호모포비아는 자신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남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다. 남자가 여자와 단 둘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남자는 여자가 덮칠까봐 걱정하는 일이 없는 반면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할까봐 불안해한다. 하지만 그 남자가 게이와 함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보통 남자들이 여자의 늘씬한 다리를 보며 입맛을 다시듯, 그 게이가 자신의 신체에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해 보라. 늘 성적욕망의 주체였던 남자들로서는 그런 사태가 불쾌하고 당혹스럽다. 심지어 그 게이가 자신을 성폭행할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소름이 끼칠지도 모른다. 남자들이 레즈비언에 대해 관대한 것도 게이를 혐오하는 게 꼭 동성애에 대한 터부만은 아니라는 증거이리라.
 하지만 이런 공포감은 전적으로 오해의 산물이다. 게이는 이성애자 남자에게 별 관심이 없으며, 폭력적인 게이는 드물어, 게이 간의 성폭행도 이성애자 남자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감옥이나 군대처럼 특수한 시설에서 남자간의 성폭행이 빈번히 발생하긴 하지만,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대개 사회에선 이성애자였던 사람일 뿐, 원래 게이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이를 경계하는 대신 마음을 연다면, 그들은 다른 이성애 남자보다 더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 동성애자들의 결혼이 합법화되기를 바란다.” 칸 영화제를 찾은 브래드 피트가 안젤리나 졸리와의 결혼 일정을 묻는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멋진 말이지만, 이런 생각은 든다. 브래드 피트가 필요한 곳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동성애 합법화를 지지하는 미국보단 게이에 대한 혐오감이 팽배한 우리나라가 아닐런지.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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