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속보이는 방학중 '졸속행정'
대학들의 속보이는 방학중 '졸속행정'
  • 강효정 기자
  • 승인 2012.09.04 18:03
  • 호수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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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우리 대학의 2014학년도 학문단위 조정계획안이 발표됐다. 작년에 발표한 2013학도 학문단위 조정계획안에 이은 두 번째 학과 구조조정이다. 이 같은 학과 구조조정에는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장기 발전을 기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 대학 재학생 자치 커뮤니티인 ‘단쿠키’에서는 발표 당시 통폐합이 대학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효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발표 시기의 문제에 대한 지적에 여론이 몰렸다.

1차와 2차 학문단위 조정계획안은 모두 8월에 발표됐다. 8월은 여름방학기간으로 학내에 있는 학생 수가 매우 적다. 더군다나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총학생회도 해외 봉사로 바빠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는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통폐합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한 구심점이 없었다. 심지어 조정계획안의 발표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굳이 방학 중에 조정계획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런 의문이 생긴 이유는 대학생들이 방학 중에 여러 번 ‘데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천대학교의 경우 교명문제를 두고 학교 측에서 사실상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통보 방식으로 ‘가천대학교’ 로의 교명변경을 발표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송도캠퍼스 이전문제로 인해 모든 단과대가 들썩이기도 했다. 연세대학교는 특정단과대를 송도에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재학생들의 반발로 인하여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캠퍼스 이전계획과 관련하여 학내 재학생들의 의견은 묻지 않고 진행하였으며, 송도캠퍼스로의 이전에만 급급했다. 충남대-공주대-공주교대 세 대학의 통합과 관련하여서도 재학생들의 비판을 무시한 대학 측의 졸속 추진으로 결국 통합이 무기한 연기 되기도 했다.

이러한 대학의 방학중 졸속행정은 다른 대학의 학과구조조정 사례를 봤을 때 더 심해진다. 건국대학교 글로컬 캠퍼스는 지난 해 겨울방학, 협의 없는 이른바 ‘날치기’ 구조조정을 진행해 다수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동국대학교 역시 학생들의 반발을 의식해서 인지 방학 기간 중 기존의 북한학과·문예창작과 등 9개 학과 통폐합안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여 빈축을 산 적이 있다. 학생들은 학과 구조조정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학이 학문단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학의 주인이라는 학생은 낄 자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학교 측에게도 중요하지만, 사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재학생들에게 더 중요하다.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다시피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은 학교 측의 ‘꼼수’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학생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학생들을 설득하고, 학생들이 동의할 수 있을만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들 것이라는 말이 입바른소리가 구두선이 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강효정 기자 gonju@dankook.ac.kr

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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