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학생회 활동은 민주주의의 연습
[백묵처방] 학생회 활동은 민주주의의 연습
  • 배개화(교양기초교육원) 교수
  • 승인 2012.09.04 21:11
  • 호수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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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이 끝나고 제19대 국회가 개원한지도 몇 달 되었다. 하지만 총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각 정당은 여러 가지 선거비리로 구설에 오르고 있으며, 몇몇 국회의원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통합진보당은, 당내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광범위한 부실과 부정이 있었음을 지적한 비례대표 선거 진상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7월 말 경에는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이던 현기환 전 의원이 부산지역 당시 공천신청자이던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씨가 민주통합당 공천 비리 의혹 관련하여 구속되었다. 양씨는 민주통합당 비례 대표 공천을 빌미로 3명 이상의 사람으로부터 라디오 21에 대한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기성 정당의 문제점은 대학교 학생회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첫 비운동권 학생회가 출범하였다. 하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총학생회장이 고려대 의예과 입학, 한겨레 21 수습기자 경력 등이 허위로 밝혀져서 탄핵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가 당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인터넷 도박장 ‘바다이야기’의 간부였다는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경북대학교 총학생회가 탄핵되었다. 이는 총학생회 선거 당시 공과대학 투표소와 자율전공학부 투표소에서 ‘부정선거행위’로 볼 수 있는 다량의 뭉치표가 발견되었으며, 부총학생회장이 학생자격을 상실한 상태에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2010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게시판에 학생회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학생들의 신원을 확인하여 사찰한 것이 들통이나 탄핵될 뻔하였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나간 과거로 믿어졌던 ‘말죽거리 잔혹사’-군대식 규율을 모방해 학생들을 관리하던 방식-가 대학교 내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1학기 초면, MT를 갔던 신입생이 과한 음주나 선배의 구타로 인해서 사망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체육 특성화 대학교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의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심하게 구타해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들도 종종 들린다. 많은 경우, 한 사람만 처벌 받는 것이 아니라, 별 다른 잘못을 하지 않은 학생들도 같이 처벌을 받게 된다. 이것은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 하며, 강력한 집단 권력이 개인의 생활을 간섭 통제하는 ‘전체주의’의 학생회 스타일이다.   

대학교 학생회는 학생을 주체로 한 자치 단체이자 정치 활동 단위이며, 기성 사회의 정치를 미리 연습해보는 민주주의의 연습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 선본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나, 서울대 총학생회장 탄핵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학생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권리를 대리할 대표를 뽑을 만한 안목이 낮음을 보여준 것이나, 의사소통과정에서 권력자(선배)가 권위를 남용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 등은 기성 정치의 부정적 축소판인 것 같아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물론, 그것들은 우리 대학의 학생회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아 보다 민주적인 운영을 하려고 노력하여야겠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다. 학생회 선거 및 운영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비민주성은 넓게 보아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학생들이 학생 자치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해 나갈 때, 기성 정치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이며, 우리 정치 발전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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