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터치 64.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 심의제
대중문화터치 64.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 심의제
  • 김윤숙기자
  • 승인 2012.09.11 12:39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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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제3의 강남스타일' 막는 시대착오적 발상 안타까워

지난 2월에 개정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달 18일부터 인터넷에 제공되는 모든 뮤직비디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뮤직비디오의 제작사가 영등위에 완성된 영상물에 대한 심의를 신청한 후,  영등위가 청소년에게 유해성 정도를 판단한 뒤 등급을 매긴다.

이에 대한 음악계의 반발이 거세다. 뮤직비디오 사전 심의제(이하 뮤비심의제)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일정 내 심의가 완료되지 못하거나 적정등급을 받지 못할 경우 음반 발매 일정 및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뮤직비디오가 19세 판정을 받는다면 10대 수요자를 위해 뮤직비디오를 다시 찍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뮤직비즈니스의 트렌드대로 디지털 음반만 발매하는 경우 뮤직비디오가 가장 중요한 홍보수단이다.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뮤직비디오를 대체할 마땅한 홍보물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검열의 화두는 언제나 ‘기준’이다. 뮤비심의제도 심의대상 기준이 모호한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영등위에 따르면 해외에 기반을 둔 인터넷 서비스나 외국 가수의 뮤직비디오는 제한할 수 없다. 유투브와 같이 국내 이용자가 많은 해외 인터넷 서비스는 영등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과 음반사업자도 심의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K-pop의 인기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 시점에 뮤비심의제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B급 정서가 만연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폭발적인 인기몰이 중이다. 현재 싸이의 뮤직비디오 유투브 조회수는 1억 2천만을 돌파했다. 깐깐한 잣대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심의하자면 달리는 버스 안에선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 있어야 한다. 요가동작을 보고 흥분하는 싸이의 모습도 심의를 거쳤다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사전심의를 거쳤다면 현재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영등위가 내세우는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하에 뮤비심의제가 제 역할을 해낼지는 미지수다. 뮤직비디오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판별하는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도 예술의 일부로써 접하는 사람마다 같은 장면을 충분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개인이 동영상을 퍼 나를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한 현행 규정에 따르면 심의를 거친 뮤직비디오는 화면 상단에 30초 동안 영상물 등급만 표시하면 된다.

대중들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서 나날이 자극적으로 변모해 가는 뮤직비디오를 제재한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기준이 모호한 뮤비심의제는 ‘청소년 보호’는 커녕 나날이 커지는 K-pop의 미래를 꺾어버릴 수 있다. 오늘도 K-pop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K-pop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싸이는 미국에서 외친다. “오빠는 강남스타일!”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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