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생활 23. 샌드아티스트 노을 샌드아트 아카데미 최은영 대표
직업탐구생활 23. 샌드아티스트 노을 샌드아트 아카데미 최은영 대표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9.11 16:01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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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손’은 두꺼비집 안에서 따뜻했다

지난 6월 인터넷에 올라온 한 영상은 ‘유로 2012’의 비운의 스타와 별 중의 별을 소개했다. 영상 속에서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포르투칼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은 노을 샌드아트 아카데미 최은영 대표의 손으로 새롭게 탄생됐다. 모래로 붓과 펜 못지않은 섬세함을 표현해내는 최 대표와 함께 샌드아티스트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포효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비둘기가 자유롭게 날아드는 평화로운 DMZ. 노을 샌드아트 아카데미 최은영 대표의 손길을 거쳐 모래는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빛과 모래를 이용한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샌드아트’는 최근 여러 강연과 방송에서 소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 대표는 샌드아트의 매력을 “어릴 적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때의 느낌, 바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최은영 대표는 ‘샌드아트’라는 말이 아직 생소하던 2006년에 샌드아트를 시작했다. 우연히 보게 된 공연 속에 잠깐 지나간 샌드아트를 보고 흥미를 느낀 그녀는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당시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던 최 대표 어머니의 한 마디가 불씨를 지핀 것이다.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도 돼있지 않았던 터라 해외 아티스트들의 영상이 유일한 배움의 동아줄이었다. 샌드아트용 라이트박스를 파는 곳도 없어 밑에 책을 쌓아 겨우 수평을 맞춰가며 혼자 연습했다.  

아무리 좋아서 한다지만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수입도 불규칙하던 처음 2년은 힘들 때가 많았다. 그 때마다 그녀는 ‘지금 그만두면 이 일이 내가 실패한 일의 하나가 되지만 죽을 때까지 하면 절대 실패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지금은 웬만한 대기업 직원보다도 수입이 많다. 최 대표는 “샌드아트는 능력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라며 “경력을 쌓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 고비만 넘기면 돈도 얼마든지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샌드아트는 한 작품을 만들려면 먼저 스토리틸링과 콘티 구성을 거쳐야 하는데, 보통 일주일이 걸린다. 하루 만에 구상까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도 최 대표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까’를 고민한다. 그 후에는 실제로 드로잉하는 모습을 촬영한다. 라이브 공연의 경우 영상을 찍지 않고, 음악에 맞춰 드로잉하는 연습에 주력한다. 영상 편집까지 마무리되면 마지막으로 음악을 고르는 일이 남아있다. 최 대표의 경우 작품 영상을 보내면 함께 일하는 작곡가가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 전문성을 높였다. 뮤직비디오 작업을 할 때는 반대로 음악을 듣고 곡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을 구성한다. 

최 대표의 머릿속은 ‘어떻게 스토리텔링 할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스케치 하고, 모래로 직접 그려보기도 한다. 그만큼 ‘스토리텔링’은 샌드아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의 뼈대다. 정교한 모래성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기둥인 기승전결을 세우고 나서 살을 붙여가며 이야기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작품 내내 장면들이 이어지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최 대표는 “아마추어들을 가르치다보면 어떤 상황을 그렸다가 지웠다가 하며 다시 그리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안타깝다.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오는 14일까지 용산 아트홀에서 열리는 ‘이야기해주세요’에서 선보이는 작품을 꼽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예술가들이 모인 이번 문화행사에서 그녀는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라는 곡에 맞춘 샌드아트 공연을 맡았다.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보고, 홍대 인디밴드가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곡을 들으며 작업했다. 최 대표는 “작업하는 내내 할머니들의 쓸쓸함이 느껴져 눈물이 나왔다”며 “감정이입이 돼 스토리텔링은 잘 됐지만,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더 어려웠던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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