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의 영웅 김현우 선수 “매트가 수영장이 될 정도로 연습했다”
2012 런던올림픽의 영웅 김현우 선수 “매트가 수영장이 될 정도로 연습했다”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9.11 16:07
  • 호수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일 오후 5시경, 보정동 삼성생명휴먼센터에서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현우(스포츠과학대학원·레저스포츠·2학기)선수를 만났다.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김 선수는 카메라를 보고 “아, 눈도 붓고 얼굴도 부었는데…”라며 얼굴을 가리며 쑥스러워 하고, 인터뷰 도중 “CF 찍게 될지도 모른다”는 감독의 전화에 기뻐하는 등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동네 오빠(형)’ 같은 수수한 모습을 보였다.

 

▲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히 웃는 김현우(스포츠과학대학원·레저스포츠·2학기) 선수


▲금메달 축하드린다. 금메달을 따고 주위에서 대우가 달라진 게 느껴지나.
확실히 달라졌다. 사실 런던에서는 실감이 안 났다. 한국에 오니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식당에 가도 음식을 공짜로 준다. 며칠 전에는 동대문에 갔는데 옷도 공짜로 주고 가격도 막 깎아줘서 ‘금메달이 좋긴 좋구나’ 실감했다.

▲연금이나 포상금은 받았나?
다음 달부터 매달 100만 원씩 연금이 나온다. 다음에 금메달을 또 따면 일시불로 몇 천만 원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연금이 더 좋은 것 같다. 연금을 용돈하시라고 부모님께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시더라. 포상금은 받은 것도 있고 아직 못 받은 것도 있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것 같다. (웃음)  

 

 

 

 

 

 

▲ 김 선수가 2012 런던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결승전에서 헝가리의 타마스 로린츠 선수와 금메달을 놓고 겨루고 있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을 예상했었나?
주위에서는 유망주라고 기대를 많이 했다. 근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등을 한 적이 없어서…. 프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긴 했었지만 사실 프레올림픽은 메이저 대회도 아니고,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이나 전략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출전을 잘 안 한다.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도 자신감은 있었다. 경기 전에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힘도 안 나고 해서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자신감도 더 생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태극기 세레모니가 인상적이었다. 약간의 의도가 있었나?
오래 전부터 ‘이런 세레모니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는 생각을 거의 못 했다. 금메달을 따고 나서 국민들께서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세레모니를 하게 됐다.

▲‘세계 1등’은 어떤 기분인가?
금메달을 딴 순간에는 세계에서 최고라는 생각도 안 들고, 솔직히 마냥 좋았다.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를 정도였다.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부모님, 코치·감독님, 같이 고생한 선·후배들, 응원해준 국민들이 생각났다. 올림픽 전에는 애국가를 듣거나 태극기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시상식에서도 눈물이 날 줄 알았더니 오히려 눈물이 안 났다. 마냥 좋았던 것 같다.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선수는 상대의 소매를 잡으면 3초 안에 승패를 알 수 있다고 하던데, 레슬링은 어떤가?
나도 그 이야기 하는 것을 봤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조금 했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안 했다. 다른 선수들은 잘 모르겠다. 시합에 들어가서 상대 선수와 악수하자마자 ‘무조건 이긴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만 했더니 부담도, 긴장도 별로 안 됐다. 긴장을 많이 하면 경기 중에 허둥지둥하게 돼서 경기가 잘 안 풀린다.

▲“나보다 땀 많이 흘린 사람이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라”는 명언을 남겼다.
금메달을 목표로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훈련했다. 심지어는 잠깐 쉴 때도 ‘지금 다른 선수들은 연습하고 있을텐데…’하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더 하려고, 덜 쉬려고 노력한 결과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지는 건 괜찮은데, 졌을 때 ‘좀 더 최선을 다할 걸’하는 후회가 남을까봐 더욱 열심히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하늘을 감동시켜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했는데, 하늘이 감동했는지 그 날 컨디션도 좋았고 운도 좀 따라준 것 같다. 실제로 매트에서 훈련을 하다보면 매트가 수영장이 될 정도로 많은 땀을 흘린다. 땀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 계속 매트를 닦아가면서 훈련한다. 한번 운동하면 중간에 물을 마시는데도 1,2kg는 그냥 빠진다.
 

▲ 김 선수가 장난스럽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레슬링은 태릉선수촌에서도 지옥훈련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새벽 5시 50분에 기상해 6시에 가볍게 몸을 풀고 유산소 훈련을 한다. 훈련을 하다보면 맥박수가 최고로 올라가 심장이 튀어나올 듯 뛰고, 현기증도 난다.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는 웨이트 훈련을 한다. 감독님 말로는 내가 하루에 드는 양이 총 10톤이라고 한다. 오후 3시 반부터 6시쯤까지는 매트 위에서 기술 훈련이 이어진다. 저녁 9시부터는 각자 부족한 부분을 연습한다. 매일 기계처럼 운동하고, 씻고, 밥 먹고, 자고를 반복한다. 그래서 하루라도 몸이 성한 날이 없다. 자고 일어나면 온 몸이 아픈데, 훈련을 많이 한 증거라 그게 좋다. 오히려 자고 일어나서 몸이 안 아프면 훈련을 열심히 안 했나 불안하다.
작년에 새로 태릉선수촌 체력 전담 코치로 합류한 박장순 코치님은 ‘강인한 체력, 강인한 정신력, 강인한 집중력’ 이 세 가지를 가장 강조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웃었는데 나중에 떠올려 보니 그 세 가지로 기술적인 면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코치님이 없었으면 금메달을 못 땄을 수도 있다.

▲휴식은 없나?
보통 길면 일주일, 아무리 길어도 이 주가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쉰다. 시합이 끝나면 2,3일 쉬고 다시 훈련한다. 힘든 훈련 속에서 이틀정도 쉴 때는 훈련을 잘 안 한다. 체중감량을 많이 하는 선수는 정말 힘들다. 2,3주 동안 체중을 빼고 시합을 뛰면 몸이 지쳐있어서 일주일정도 휴식이 필요하다. 근데 아직까지 스파르타식이라 제대로 쉬기가 쉽지 않다. 어른들이 휴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웃음) 태릉선수촌에서는 보통 토요일 오전까지 훈련을 마치고 외박을 받는데, 주로 친구들을 만나서 영화를 보거나 시합이 없을 때는 술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낸다. 주량은 소주 2병으로 하자. (웃음)

▲체중 감량 얘기가 나왔는데, 평소에 관리하나?
평소에 먹고 싶은 것 다 먹는다. 시합이 있을 때는 일정기간을 두고 천천히 살을 빼다가 한 번에 감량하는 편이다. 사실 평소에도 해야 되는데, 체중 관리를 할 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농담이 아니라 정신과에 가봐야 할 정도로 심하게 받는다. 시합이 끝나면 배부른데도 끊임없이 먹는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다. 규칙적이지 못하니까 대변 활동도 원활하지 않아 신장도 안 좋다. 성한 곳이 없어서 내 몸에게 제일 미안하다. 지금은 괜찮지만 훈련할 때는 손이 다 까진 데다 굳은살로 가득해 어머니가 손을 보고 많이 우신다.

▲그럼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장르 따지지 않고 노래를 듣는다. 가끔 형들이랑 클럽도 가고(정말 가끔이다), 노래방도 자주 가고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애창곡은 딱히 없지만 굳이 고르자면 임창정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나 춤을 보여 달라고 하자) 안 된다. 춤은 살짝 흔드는 정도다. 금메달 따고는 클럽 갈 시간은 무슨, 집에도 한 번밖에 못 갔다. 여기저기 행사에 가거나 인터뷰를 하느라 다크서클이 많이 생겼다.

 

 

 

 

 

 

▲ 김 선수가 인터뷰 도중 환히 웃고 있다.

 


▲김현우 선수와 인터뷰 한다고 단대신문 페이스북으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다. 가장 먼저,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주위사람들은 다 내가 눈이 낮다고 말한다. 내 눈에는 예쁜데 내가 아깝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기가 센 사람보다는 조용조용하고 착한 사람이 좋다.

▲태릉선수촌에 가면 커플들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기보배·오진혁 선수 커플도 올림픽이 끝나고 알았다. 그 안에서 애정행각은 안 하니까 잘 모르겠다. 뒤에서는 몰래 만날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에 운동을 하면서 친구들을 때리지는 않았나?
초등학교 때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이었다. 중학교 때부터는 운동 하느라 수업에 못 들어가니까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힘들었다. A형이라 남을 때리는 성격도 아니다. (웃음)

▲한 남학우가 재밌는 질문을 해줬다. 레슬링은 신체접촉이 많은데 상대선수에게 사랑을 느낄 때도 있나.
(멈칫하다가) 남자랑 남자? 하하하하하. 남자랑 어떻게 그러나. 중학교 때부터 레슬링을 시작해 벌써 십년이 넘었기 때문에 민망한 적도 없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쫄쫄이(운동복) 입는 걸 부끄러워하는데, 나는 멋있다고 생각한다. (기자에게) 멋있지 않나?

▲많은 학생들이 김현우 선수가 언제 학교에 나오나 궁금해 한다.
다음 주는 아버지 환갑을 맞아 가족들과 발리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후에는 병원에 가서 계속 탈골되는 엄지손가락을 수술할 생각이다. 다음 달이나 돼야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감독님이 “레슬링에 미쳐라”라고 했는데,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7,80%정도 미친 것 같다. 길을 걷다가도 발목이 접질릴까봐 걱정하고, 생전 먹지도 않던 보약을 찾는 등 모든 관심사 및 생각이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도 할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그때는 99% 미쳐서 2013년 세계선수권,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이겨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사진 : 한상윤 사진기자 halomon@dankook.ac.kr

김예은 기자
김예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eskyen@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