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문방구
  • 신현식 수습기자
  • 승인 2012.09.11 16:54
  • 호수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구점 초딩들은 모르는 국민학생의 문방구
짱깨뽀 알코로짜~짜~짜~ 졌다. 100원짜리 하나로 25배의 대박을 노리던 소싯적 첫 도박의 쓰라림을 알게 해줬던 문방구. 어쩌다가 운이 좋아 이겼다~라는 소리와 함께 두두두두두~ 떨어지는 동전소리로 세상의 모든 걸 다가진 행복감을 느꼈던 그때. 아폴로, 쫀드기 그리고 꾀돌이를 저렴한 가격에 팔던 곳. 지금 세대는 문방구라 하면 잘 모른다. 문방구라는 어쩐지 냄새가 날 것 같은 이름은 문구점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 시절 문방구의 추억만이 아련하다.
문방구를 추억하는 일에 불량식품이 빠질 수 없다. 이 불량하고 수상한 ‘식품’은 식품이자 동시에 장난감이었다. 때로는 친구와의 우정을 확인하는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다.
아폴로를 누가 깨끗이 먹는지 경쟁도 하고, 페인트사탕을 빨며 누구의 혀가 더 컬러풀하게 변했는지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혀에 열심히 페인트칠을 한 사람일수록 부모님에게 혼나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리고 학생의 불필요한 자존심 ‘필통의 채워진 펜 개수’는 정말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이 난다. 꼭 그 당시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하이테크 펜을 색깔별로 가지고 다녔었다. 그땐 그랬다. 남자만 그리워하는 추억도 있다. ‘우리는 챔피언’ 미니카의 시대를 기억하면 입가에 웃음이 난다. 초등학교 방과후 삼삼오오 모여 문방구 앞에 설치해 놓은 미니카 트랙 위에 자신만의 개조한 미니카를 돌리며 ‘내 미니카가 최고다’를 친구들이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미니카의 시대가 일단락되고 ‘탑 블레이드’가 히트를 치면서 팽이를 줄로 돌려 치는 방식이 아닌 톱니바퀴 원리를 이용하여 팽이를 돌리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남아들의 마음을 뺏어갔다. 그건 ‘이노베이션’이었다.
당연히 여자들만의 추억도 있다. 여자들에겐 코디스티커 중 세일러문 스티커가 가장 기억에 남는 놀이 중 하나다. 세일러문 스티커의 야시시한 케릭터에 자신만의 입맛에 맞는 옷을 입히는 쏠쏠한 재미를 한 번씩은 겪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좋아하는 이성을 그리며 한땀한땀 장인이 따는 듯한 노력으로 십자수를 했던 어린 소녀들도 있었다.
문방구가 문구점이 되어가고 소년소녀가 신사숙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가끔 우리는 지난 추억에 대한 아련함을 느끼곤 한다. 아주 먼 옛날이 아닌 몇 년 전인데도 그립다. 몇 개월 전에 708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세시봉’이 오랜만에 방송에 함께 출현해 히트를 쳤던 것을 기억한다. 잠깐의 출연이었는데도 젊은날의 추억을 불러일으킨 효과는 강렬했다. 7080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대박’을 친 것이다. 이제 몇 년 후면 ‘9000’이라는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상품, 문화들이 전파를 탈 것 같다. “7080세대라고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하며 ‘9000’세대의 새로운 신드롬을 받아들일 날을 기대할 것이다.
신현식 기자 snice1000@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