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성달성 ⑬ 아동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알성달성 ⑬ 아동 성범죄를 근절하려면
  • 서 민(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2.09.11 22:52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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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0년 형량 때리도록 강제하자
2011년 7월, 한국은 만 15세 이하 어린이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경우 화학적 거세를 하기로 했다. 성폭행 후 살해된 혜진이와 예슬이, 조두순에게 끔찍한 일을 당한 나영이 등등 유아성폭행으로 인해 들끓는 사회적 여론을 감안할 때 뭐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만든 탓에, 법 적용 후 열 달이 지난 올해 5월에야 첫 번째 대상자가 나왔다.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가 2천건이 넘게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이 그저 국민들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 정도로 간주된 게 아닌가 싶다. 올해 9월부터 대상자가 19세 미만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자로 확대됐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화학적 거세는 남성 성욕의 근원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에 있다고 간주하고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하는 방법이다. 물론 성욕 억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다. 48명의 변태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그 중 40명이 성욕이 줄어들었단다. 화학적 거세를 지지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이 방법이 재범률을 현저하게 떨어뜨림으로써 잠시 감옥에 가둬두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란다. 여론은 성범죄자의 성기를 없애거나 고환을 제거하는 쪽이었지만, 그런 일을 하는 게 문명국답지 않아 고민하던 성범죄 담당자들에게 화학적 거세는 적절한 타협책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은 1966년 처음으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했지만, 이 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2000년대 이후로, 현재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이 시행 중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어에 ‘거세’가 나오니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화학적거세 후에도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성욕이란 조금 더 복잡한 개념이라, 남성호르몬을 제거한다고 해서 성욕이 다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범죄라는 게 꼭 성기의 삽입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연쇄살인마들 중엔 성불구인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볼펜이나 우산 같은 걸 여성에게 집어넣음으로써 대리만족을 한단다. 드문 예이긴 해도 성기가 절단된 후에도 성폭력과 살인을 저지른 사람도 있었다. 비용이 비싸다는 것도 문제다. 심리치료까지 병행하는 경우 한 사람당 1년에 500만원 정도 드는데, 해마다 2천명에게 호르몬을 투여하려면 100억원이 든다. 완전히 근절될 수 있다면 모르겠다만, 그렇지도 않은데 이만큼의 돈을 쓴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아동성범죄의 재발을 막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격리다. 살인과 달리 아동성범죄의 재범률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평균 수감기간이 3.4년으로 지나치게 짧기 때문, 게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도 50%에 달한다. 신고율도 낮은데다 걸려도 잠깐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니,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거리낌이 없지 않겠는가? 한 사람의 일생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동성범죄의 형량이 살인죄보다 낮은 건 이해가 안간다. 화학적 거세같은 미봉책에 기대지 말고, 최소 20년을 때리도록 강제하자. 주변에 아동이 없어야 아동성범죄를 못 저지를 테니까.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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