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찾아가는 총학생회’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주간기자석 - ‘찾아가는 총학생회’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2.09.12 18:39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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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새로고침 총학생회에 표를 준 건 이들이 ‘운동권’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도장을 찍으며 학생 편에 서서 재학생의 의견을 강력히 대학당국에 요구하는 총학생회를 상상했다. 학생 처우를 가장 먼저 신경 쓰고 학생 복지 개선을 위해 투쟁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기다리고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720-3번 버스 교내순환 유치 △도서관 내 문구점 개점 및 도서관 1층 출입문 개방 △지문인식 시스템 도입으로 도서관 대리발권 해결 △경영학과 전공강의 인원에 맞춰 추가 개설 등. 지난해 43대 총학이 2학기 개강 전까지 실현한 공약 일부다. 작년 총학은 9월까지 복지 관련 공약 11건, 학사관련 3건을 이행했다. 각종 비품과 시설 교체·보수 등 자잘한 내용은 뺀 수치다.

반면 올해 죽전 총학은 지금까지 해외학술탐방 12팀 확대, 인문학 교양 5과목 신설 외에는 언급할만한 복지, 수업 관련 실현 공약이 없다. 고수현(영어영문·3) 회장 말대로 ‘학생식당 백반 가격 1,900원 유지’라던지 ‘풋살장 잔디 교체’, 심지어 ‘정문 확장 리모델링’도 복지 실현이라고 친다면 복지 4건, 수업 1건이다.

고 회장은 지난주 본보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 동안의 주요 사업 질문에 “기숙사 의무식에 대해 회의와 실사 후 본격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며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2학기부터 강의실과 복도 등 교내에서 ‘찾아가는 총학생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인가. 의무식 문제는 두 캠퍼스 모두 이미 폐지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죽전 기숙사 김택진 과장은 “식비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이번 학기에는 그대로 가지만 개강 후 사생들 의견에 따라 추후 방안을 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천안 기숙사 이광열 과장은 “의무식은 폐지된다. 10월부터 폐지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10월부터 폐지될 경우 9월 말에 환불조치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총학생회가 6월 24일부터 7월 2일까지 캄보디아, 7월 16일부터 23일까지 네팔로 해외봉사를 가있는 사이 법대 학생회는 공정위에 신고까지 했다. 천안 총학생회는 1일 2식, 1일 1식, 자유식으로 나눠 달마다 신청을 받는 형식의 개선안을 요구한 상태다. 식사를 못했을 경우 위약금 10%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주는 내용도 들어있다. 같이 협의를 진행했는데도 일 처리 능력이 천양지차다.

소통을 위해 강의실과 복도로 찾아가겠다니. 이건 또 무슨 촌스러운 말인가. 홈페이지 공지사항, 웅성웅성, 단쿠키, 각종 SNS가 들으면 가슴을 칠 것이다. ‘찾아가는 총학’을 바라는 학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새로고침 총학생회는 지금 상황을 잘못 짚고 있다. 학생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건 총학생회가 아니라 개선된 복지 환경, 달라진 학생 처우다. 지금 누구보다 새로고침이 필요한 것은 바로 새로고침 총학생회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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