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갸루상은 이렇게 말했다
[백색볼펜] 갸루상은 이렇게 말했다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2.09.12 18:41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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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은 이도 저도 아니무니다


◇ 선생니무상, 선생니무상. 나왔다네 나왔다네, 내가 나왔다네. 갸루상이무니다. 갸루사응, 이무니다. 야, 너 지금 몇 신줄 알아? 왜 또 이렇게 늦었어? 갸루상 신문에 나오는 건 처음이라 헤매다가 늦었스무니다. 어휴, 내가 진짜…. 그건 그렇고 갸루상 너 수시 원서 넣은 대학이 이번에 부실대학으로 찍혔다던데 괜찮아? 얘들이 너 원서 제출하러 그 대학 갔을 때 검은 정장 입은 사람이랑 한참 얘기하는 거 봤다더만. 그 사람이 대학 관계자야? 대학 관계자 아니무니다. 뭐야, 그럼 혹시 교과부 사람인가? 교과부 사람도 아니무니다. 그럼 누구야? 저승사자 이무니다. 살생부에 올라서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스무니다.

◇ 아니 근데, 선생님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부실대학 선정 기준이 그게 뭐야 대체. 대학이 무슨 취업아카데미도 아니고. 예체능계, 종교계, 인문학과 많은 대학은 졸지에 부실 도장 찍히는 게 말이 되냔 말이야. 직장만 구해주면 훌륭한 대학이라는 말이야 뭐야. 대학은 원래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곳 아니야? 오죽하면 상아탑이라고까지 하겠냐고. 연구역량은 신경도 안 쓰고 말이야, 안 그래 갸루상? 선생니무상,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무니다. 상아탑이 아니야? 그럼 우골탑이다 이말이야? 우골탑도 아니무니다. 그래? 그럼 대학이 뭔데?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大學)이 아니무니다.

◇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아무튼 취업률 떨어지는 건 결국 정부 책임 아니야? 아니 왜 그 책임을 애먼 대학에 떠넘기느냐 이말이야.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취업률 못 올리면 퇴출하겠다니 대체 무슨 어거지냐고. 상명대·국민대·세종대 다 예체능계 비율이 높은 대학들이잖아. 수준이 엇비슷한 수도권 대학들을 획일적인 지표로 싸잡아서 평가하니까 결국 취업률로 결정될 수밖에 없지. 또 국민대 경우도 그래. 아니 등록금이 원래 낮은 편인데도 등록금인하율 낮다고 부실대학으로 찍었다는 거 이거 모순 아니야? 교과부 왜 이래? 아니 대학한테 왜 이래? 대학이 취업아카데미야? 선생니무상, 대학은 취업아카데미가 아니무니다. 너 또 무슨 소리하려고 그러냐. 아까는 상아탑도 아니라며? 상아탑도 아니무니다. 그럼 대체 대학이 뭔데? 요즘 대학은 이도 저도 아니무니다.

◇ 아니 뭐야? 너 그럼 수시 지원은 왜 했어? 이유가 있으니까 지원했을 거 아니야. 넌 대학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뭔데? 갸루상 꼬그 하고 싶은 게 있으무니다. 그래 대체 그게 뭔데? 졸업하고 싶스무니다. 너 나랑 장난하냐? 아니 입학하자마자 졸업하는 게 어디 있어? 갸루상 졸업장 필요하무니다. 빨리 졸업장 따고 싶스무니다. 어휴, 이 녀석 철없기는. 인석아 대학 4년 등록금이 얼만데 겨우 졸업장 하나 따자고 대학을 가냐? 선생니무상, 아니무니다. 한국에선 대학졸업장 없으면… 사람이 아니무니다. 온동이가 작고 예쁜 나 같은 여자, 갸루상이무니다~.  

<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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