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캠퍼스 캄보디아 해외봉사
죽전캠퍼스 캄보디아 해외봉사
  • 서동주
  • 승인 2012.09.14 14:52
  • 호수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솝소바이 캄보디아, 안녕 캄보디아”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다. 7박 9일이라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봉사한 것보다 배우고 느낀 것이 더 많은 감사한 시간이었다”
엄지은(화학·3)양의 해외봉사 소감이다. 국내에도 봉사할 곳이 많은데 왜 굳이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냐며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해외봉사활동만이 줄 수 있는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해외봉사를 가는 것이 아닐까.  <편집자 주>


캄보디아 씨엠립공항에 도착했을 때 눈을 감으면 낮인지 밤인지 구별할 수 없는 높은 온도에 깜짝 놀랐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처음 와봤는데, 진짜 덥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밤12시가 다 돼서 도착한 봉사자들은 내일부터 바로 시작되는 봉사 준비와 회의로 늦은 시각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 6시에 점호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정말 당혹스러웠다. 물론 봉사활동을 하러 왔으니 게으름을 피울 생각은 없었지만 침대에 누워서도 “6시까지 숙소 앞마당으로 다 나가야 합니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랜 비행에 피곤한 탓인지 금방 잠들었다. 봉사활동을 한 1주일간은 항상 같은 일정으로 움직였다. 6시에 일어나 교가를 부르고 간단히 체조를 한 후 아침을 먹고 바로 학교로 출발했다.


첫째 날, 버스가 운동장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우릴 보려고 모여들었다. 장난기 많은 아이들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수업하기 전부터 장난을 걸고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구경했다.


수업 첫날이라 봉사자와 캄보디아 아이들은 서로에게 그냥 ‘열심’이었다. 통역과 수업을 도와주는 캄보디아 대학생 친구가 있었지만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인지 서로 쩔쩔매며 한국어, 영어, 캄보디아어를 섞어가며 수업을 진행했다.


빨대 피리를 만든 ‘발론베어’팀의 교실에선 신이 난 아이들과 시무룩한 아이들로 반이 나뉘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시무룩한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더니 문제는 피리소리였다. 빨대 피리의 핵심은 빨대의 길이를 정확히 자르는 것인데 많은 아이들이 정확히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내려갔고 봉사자들은 당황했다. 이때 분위기를 바꿀 비장의 카드 ‘비행기 노래’를 꺼냈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라는 가사로 모두가 한마음이 됐고 순식간에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김관호(일어일문·3)군은 “아이들이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고 열심히 만들어줬다”며 고마워했다.


아이들이게 산수를 가르치는 건 ‘캄보리아’팀의 몫이었다. 수학이라고 하면 당연히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날 교육의 수업참여도와 호응도는 상위권에 들만큼 인기가 높았다. 물론 상품의 유혹이 없었다곤 말 못하겠지만 서로 답을 발표하려고 손을 번쩍번쩍 드는 모습이 여느 한국 초등학생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는 교재를 쓰거나 체육 같이 몸으로 하는 활동만 있을 뿐 준비물이 있는 수업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유난히 만들기나 그림 그리기 수업을 좋아했다. 수수깡으로 만들기, 전통 실 팔찌 만들기, CD 바람개비 만들기, 클레이 만들기 등 평소에 접해 보지 못한 것들을 이용해 수업을 했을 때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500’팀의 수수깡 장난감 만들기 시간에는 수수깡을 본 적 없는 아이들이 마냥 신나서 수수깡을 부서뜨리고 붙여댔다. ‘단’s 롤란’팀은 전통 실 팔찌 만들기를 했는데, 아이들이 하도 열심히 만들어서 나중엔 재료가 모자랄 정도였다. 수업시간에 만든 것들을 가지고 나와 쉬는 시간에 다른 반 아이들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선물이라며 주는 아이들도 많았다.


‘I2dear’팀은 ‘북아트’를 주제로 3개의 반을 지정해서 일주일 동안 개인의 책을 만들고 꾸미는 수업을 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 준비해간 프린터기로 인쇄해줬다. 그렇게 나눠준 자신의 사진을 아이들은 책에 붙이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장래희망, 배운 한국어 등을 채워 자신만의 책으로 만들었다.
봉사기간에 아이들은 자신의 반에서 수업을 받다가도 다른 반 수업이 재미있어 보인다 싶으면 조르르 다른 반으로 달려갔다. ‘CAN BE’팀의 비누방울로 그림 그리기 역시 수업이 마비가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어제보단 오늘이 항상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아이들과도 하루가 다르게 친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쉬는 시간에도 우리를 구경하고 있지 않고 같이 놀았다. 때리고, 간질이고 도망가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 딱히 대화를 나눌 수 없어서 인 것 같았다. 이 술래잡기 아닌 술래잡기를 통해 말이 아닌 몸으로 친해졌다.


두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것도 한국어 노래가. 뿌업학교 에서의 ‘아라삐야’팀의 전통음악 교육 때문이었다. 아라삐야팀이 준비한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였다. 솔직히 처음엔 ‘아니 애들이 저걸 어떻게 다 따라 하나’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잘 따라 부르고 발음도 정확해 졌다. 봉사 기간 막바지 때는 캄보디아 아이들끼리 “떡 떡떼기야~ 떡 떡떼기야~”하면서 지나가서 깜짝 놀라며 내가 아이들을 너무 얕봤다는 생각이 들어 창피하기까지 했다.


과학 수업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이론 수업은 아이들이 듣기에 너무 어려웠고 아이들의 관심분야도 아니었다. 수업도중에 자는 아이들까지 생겨 이론 수업은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모의 화산폭발이나 바람차 만들기, 소마큐브 등 실험·실습위주의 수업은 잘 따라와줬다. 화산폭발 장면의 사진을 보여주고 앞에서 실험을 보여줬을 때, 아이들은 진짜 폭발이 ‘펑~’ 하고 일어나는 것인지 알고 귀를 막고 실눈을 뜨며 봤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순수해 보였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교육 봉사 틈에서 홀로 두 학교의 벽화를 그려낸 묘연정(패션제품디자인·2)양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교육봉사팀은 미리 시연회를 통해 준비하고 수정할 수 있었던 반면, 벽화에서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몇 개의 시안뿐이었다. 현지사정에 따라 어디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뿌업학교와 따똑학교 두 곳을 1주일 안에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고 한다. 묘양은 “교육봉사와 달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어서 처음엔 아쉬웠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벽화 그림을 만지고 관심을 가져줘서 감동이었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자도 봉사활동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친해 질 수 있는 기회는 쉬는 시간이나 수업은 없지만 구경하러 온 아이들이 있을 때였다. 한창 캄보디아에서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실팔찌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수업을 하는 봉사자들에게 팔찌를 팔뚝 가득 채울 만큼 많이 줬다.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어떤 봉사자가 내게 남는 팔찌를 하나 줬다. 근데 묶는 법을 몰라서 내 맘대로 하다가 망가졌다.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SOS 요청을 했지만 결국 팔찌는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버스에 타기 직전 조용한 여자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더니 팔을 잡아 자기가 만들어온 팔찌를 묶어줬다. 급하게 만드느라고 정교하진 않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배우고 얻어 가는 게 더 많다는 말을 그제서야 비로소 실감했다.
처음엔 ‘원 투 쓰리 포’ 였던 구호가 어느새 ‘모이 삐 마이 모언’ 으로 바뀌고 아이들도 봉사자들 이름을 부르며 “안녕하세요” 혹은 “안녕”이라며 인사를 해줬다.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더 친해지고 싶어 서로의 말을 배웠다. 한쪽의 일방적인 봉사가 아닌 함께 하는 소통이었다.
실은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100% 열과 성의를 다하지는 않았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물론 너무 더운 날씨가 한 몫 하긴 했다. 그럼에도 함께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 너머로 햇빛을 피해 숨어있는 소수의 봉사자들은 입맛이 씁쓸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더 많은 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서로 하나라도 더 주고,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했던 모습이 정말 예쁘게 보였다. 한국 봉사자, 캄보디아 봉사자, 어린 학생들까지 눈물 바람으로 끝난 이번 캄보디아 해외봉사가 쉽게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서동주 기자 djdj0614@dankook.ac.kr

서동주
서동주 다른기사 보기

 djdj0614@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