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과생 배척하는 ‘서러운’ 전공수업
타과생 배척하는 ‘서러운’ 전공수업
  • 김예은·서동주 기자
  • 승인 2012.09.18 15:33
  • 호수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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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직접 타과생에게 “수업 듣지 말라”, 충격


모 학부를 복수전공 하는 A(경영)양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담당 교수에게 “이 수업 듣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해당 교수는 첫 수업시간에 타과생을 한 명씩 호명한 후 “수업은 몇 개나 들었냐”고 물었다. “우리 학부생들도 이 수업을 못 들어 강제입력해 달라고 찾아온다”며 “이 수업 어려우니까 듣지 말라”고도 덧붙였다.

교수에게 직접 “듣기 싫으면 나가도 된다. 나가는 게 좋다”고 들은 학생들은 대부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A(경영·3)양은 “복수전공 하는 학부는 조별 수업도 많고, 타과생을 배척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진짜였다”며 황당해 했다. B(영어영문·2)양도 “교수님이 가끔 타과생들을 향해 던지시는 말에 괜히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무안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김 모(3)양은 “교수님 말씀에 괜히 내가 더 무안하고, 타과생들에게 미안했다”며 “나도 다른 과에 가서 그런 대우를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 학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모 학부의 한 수업에서도 교수가 “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수업을 듣는 타과생은 단 두 명뿐이었다.

이처럼 교수들이 타과생에게 은근히 눈치 주는 일이 벌어지는 한편, 천안캠퍼스 인문과학대학 모 과의 수업은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모 교수는 첫 강의시간이 되면 출석부에 있는 타과생의 이름을 부른다.
‘눈칫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닌 ‘마법책’을 주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전 학기 강의를 듣지 못했거나 해당 전공을 처음 듣는 타과생에게 전 학기 강의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빌려 주고 있다.

이 교수는 “‘언어’라는 전공 특성상 강의 내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전 학기 강의를 듣지 않으면 다음 학기 수업을 수강하는 데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며 “실제로 동영상을 받으러 찾아오는 학생은 많지 않아도 일단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첫 시간에 ‘동영상을 받아가라’고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학과 여학생은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강의를 수강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복수전공하는 학생들을 배려해주는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예은·서동주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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