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캠퍼스 금주령
실효성 없는 캠퍼스 금주령
  • 허필은
  • 승인 2012.09.18 21:35
  • 호수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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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 자율적 규제가 적합

지난 5일,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10일에 입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개정안 중에서 단연 화두에 오른 것은 ‘캠퍼스 내 전면 금주’이다. 보건복지부는 술로 인해 대학생들의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과 대학 내에서 술 때문에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한다는 것을 이유로 일명 캠퍼스 내 ‘금주령’을 내린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정책의 취지는 좋다. 대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술로 인한 범죄 예방. 특히 최근에 ‘주폭(酒暴, 만취상태에서 상습적으로 시민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가하는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캠퍼스 내 금주령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개정안이 과연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선 캠퍼스 내 금주령의 취지부터가 다소 모순적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금주령의 취지는 대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술로 인한 범죄 예방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이 두 가지 목적을 위해 대학 내 음주를 금지하고자 한다. 보건복지부는 대학에서의 음주를 금지한다면 대학생들의 건강이 좋아지고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저지르는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다. 실질적으로 대학생들의 음주는 캠퍼스 내가 아니라 대학 주변의 술집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즉 술로 인한 대학생들의 건강 악화 및 범죄의 원인 대부분이 대학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대학 밖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 내 금주령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의 생각이 답답할 따름이다. 아무리 대학 내에서의 음주를 전면 금지한다고 해도 대학생들의 음주는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른 건강 악화와 범죄 또한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 금주령이 시행된다고 해서 제대로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대학 내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들을 단속하기 위해 경찰을 투입한다는 것은 너무나 우스운 처사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동네라도 한 바퀴 돌면서 방범 활동을 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또한 경찰이 캠퍼스를 순찰하면서 단속한다고 해도 술을 마시는 학생들이 단속을 피하는 방법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도 여러 가지가 있다. 술병 대신 텀블러나 다른 음료수 병에 넣어서 마실 수도 있다. 또 과실이나 동아리방에서 문을 잠그고 마실 수도 있다. 단속을 한다 해도 어떻게 할 것인가. 텀블러나 음료수 병을 들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일일이 잡아서 내용물을 검사할 수 있을까? 대학 건물마다 돌아다니면서 음주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까? 모두 현실성 없는 이야기이다.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개정안의 취지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술로 인해 나빠지는 대학생들의 건강을 증진할 필요도 있고 술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범죄를 예방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그 취지를 달성하는 방법에 있어서 실효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캠퍼스 내 금주령은 그 실효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이 세상에서 술이란 것들을 없애자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차라리 대학생들의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이나 광고를 기획하거나 타율적인 규제가 아닌 대학 내 자율적인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더 적합한 방안이 아닐까 한다.


허필은(국어국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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