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봐야 하는데 정장이 없다면?
- 금주의 의뢰인
공과대학 C군: 면접을 여러 개 앞두고 있는데 정장이 없다. 일반 정장대여는 너무 비싸 금액이 상당할 것 같다. 혹시 교내에 정장을 빌려주는 곳은 없나?
취업준비생 2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포털 ‘인쿠르트’의 설문에 따르면 면접 정장 등 복장을 구입하는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91.9%에 달했고 이들이 면접복장 구입으로 쓴 평균비용은 약 35만 7천원이었다.
취재 결과 교내에는 정장을 빌려주는 복지 프로그램이 없다. 대신 돈도, 시간도 없는 대학생 취업 준비생에게 옷장이 열렸다. 저렴한 가격으로 정장을 빌려주는 ‘열린 옷장(http://thecloset.mizhost.net)’ 이라는 업체다.
남성용 셔츠는 3,000원부터, 남,녀 상하 정장세트는 만원이면 빌릴 수 있다. 택배비를 포함해 1만8,000원 정도면 일주일 동안 입을 수 있다. 이는 일반 양복점의 대여 시중가인 5만원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외의 별도의 보증금은 받지 않는다.
열린 옷장의 한만일 대표는 “취업 준비생 시절 면접을 준비하면서 딱히 입을 정장이 없어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며 “옷장에 입지 않고 방치한 옷을 서로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초 문을 연 이 업체에서 지금까지 월평균 50~60명의 고객이 정장을 빌려갔다. 고등학생들이 캠프나 축제에서 필요한 정장을 빌리기도 하고, 캐주얼한 옷을 주로 입는 외국계 기업 직원들도 때때로 열린옷장을 찾는다.
열린옷장의 이용 현황에서 눈에 띄는 건 대여자의 증가 수보다 기증자의 증가 폭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불경기에 경제 사정은 얼어붙었을 지라도 마음만은 아직 따뜻하다는 증거다. 정장을 잘 입지 않는 선배들이 주머니 가벼운 후배들을 위해 옷장 문을 열기 시작했다. 기증자가 열린옷장에 주소와 연락처를 남기면 운영자들이 정장을 담을 빈 박스를 보내준다. 그 박스에 잘 입지 않는 정장과 함께 대여자에게 힘이 될 메시지를 적어 보내면 기증자의 일은 끝이 난다. 이렇게 보내진 옷들이 세탁·수선 과정을 거쳐 홈페이지에 등록되는 것이다.
열린옷장에는 현재 정장 80~90벌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하반기 공채시즌까지 400벌을, 내년 봄까지는 1,000여벌 내외를 갖출 계획이다.
정장 한 벌을 사려면 비용이 수십 만원에 달해 만만치 않다. 지불능력이 있더라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현재 신체 사이즈에 맞는 옷을 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활짝 열린 옷장에서 옷을 고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