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정학’ 도촬범 휴대폰 보니 … 여성 사진 2천장, 동영상 30건
‘무기 정학’ 도촬범 휴대폰 보니 … 여성 사진 2천장, 동영상 30건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2.09.19 15:07
  • 호수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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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소리 의심한 여학생에 의해 현장 검거
▲위 장면은 연출된 사진입니다.


교내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여성의 특정부위를 촬영하다 붙잡힌 장모군과 농촌봉사활동 중 후배 여학생을 성추행 한 황모군이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이 가운데 장모군의 휴대폰에서 2천장이 넘는 도촬 사진과 30여개의 동영상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도서관’, ‘단국대’ 등 촬영한 장소나 사람별로 분류된 폴더 중에는 피해 여학생 실명으로 저장된 것도 있었다.

#지난달 14일 오후 퇴계기념중앙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던 A양은 문득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필기를 멈추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옆자리 남학생이 들고 있는 폰 카메라 렌즈와 눈이 마주쳤다. 이 사실을 쪽지로 B양에게 알리자 “나도 동영상 촬영음을 들은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죄송하지만 촬영음을 들은 것 같아 그러는데 휴대폰을 좀 보여달라”고 하자 장모군은 “카메라가 이상한 것 같아 촬영해 본 것뿐”이라며 얼버무렸다. 휴대폰을 넘겨받아 확인하니 최근 사용 어플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점을 수상하게 여긴 A양은 결국 숨김 폴더를 찾아냈다. “비밀번호 안 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실랑이한 끝에 폴더를 열어보니 자신과 B양의 신체를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들어있었다. A양은 장모군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그 사이 B양이 휴대폰을 들고 경비실로 뛰었다.

용인서부경찰서에서 26일 휴대폰을 확보해 확인한 결과 2천장이 넘는 도촬 사진과 30여개의 동영상이 들어있었다. 촬영음이 없는 ‘매너카메라’로 열람실과 휴게실 등 도서관 내부, 셔틀, 버스승차장 등 교내 곳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폴더별로 분류돼 있었다. 이 가운데 두 개의 폴더는 피해 여성 실명으로 저장돼있기도 했다.

학생지원처 학생과는 학생지도위원회(위원장: 강재철 부총장)를 거쳐 장모군과 황모군을 무기정학 처분하고, 이 사실을 9일 교내에 공고했다. 죽전캠퍼스 정우성 학생과장은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공고했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은 4주간 수업을 중단하고 양성평등상담소 상담 치료, 사회봉사활동, 주임교수 면담 등을 거치게 된다. 4주 후 평가를 통해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 강재철(국어국문) 학생지도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시 제적 발의도 나오긴 했으나 토론 끝에 대학 내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교육기관인 만큼 죄가 있더라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연락이 닿은 A양은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 여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A양은 “피해자 입장이 되기 전에는 이렇게 후유증이 심할 줄 몰랐다”고 했다. 요즘 A양은 누가 부르면 화들짝 놀라고, 옆에서 휴대폰을 만지기만 해도 불안해한다. 사건 이후 매일 두통약을 먹는다. 집 안에 있는데도 ‘찰칵’ 소리가 들리면 짜증부터 난다.

A양은 “피해 여성 대부분이 노출이 거의 없는 평범한 옷차림이었는데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양도 사건 당일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평범한 차림이었고, 앉아서는 담요로 다리를 가리고 있었다. A양은 “혹시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당당하게 대처하기 바란다”며 “먼저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최대한 빨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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