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가을을 나는 두 가지 방법 ‘엘리엇 스미스’와 ‘데파페페’
<음악> 가을을 나는 두 가지 방법 ‘엘리엇 스미스’와 ‘데파페페’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2.09.19 15:12
  • 호수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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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58

 

엘리엇 스미스 <Either Or>

가을에 텅 빈 것 같다면 엘리엇 스미스(Elliot Smith)를 듣자. 힘들고 지치고 외로운  저녁에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묵묵히 입을 다물고 이어폰을 꽂자. 1969년 스티븐 폴 스미스로 태어난 그는 2003년 늦가을 욕조에 누워 심장에 스테이크 칼을 꽂고 죽었다. 유서가 없어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의 여자친구가 시체 옆에서 포스트잇 한 장을 찾긴 했다. “정말 미안해요, 사랑하는 엘리엇이. 저를 부디 용서해주세요.” 하긴 ‘Everything means nothing to me’, ‘Ballad of big nothing’ 같은 노래가 있으니 유서를 남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인디씬에서 활동하던 그는 영화 <굿윌헌팅>(Good Will Hunting, 1997)에 삽입된 ‘Miss Misery’가 아카데미 주제곡상 후보에 오르며 알려졌다. 죽기 전에 5장의 정규 앨범을 남겼고 죽은 후에 2장이 더 나왔다. 이미 상처투성이였던 인생에게는 성공이나 희망도 결국 허무함 말고는 아무 것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 우울할 때 밝은 노래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어설픈 위로를 듣는 것처럼 거슬린다. 그럴 땐 오히려 우울한 노래가 편하다. 만약 이 가을 당신이 손써볼 수 없이 지친다면, 외롭다면, 사람과 말들이 지긋지긋하다면, 엘리엇 스미스의 <Either Or>(1997)을 권한다. 묵묵히 위로받을 수 있는 앨범이다.



데파페페 <Drive! Drive!! Drive!!!>

 

 

가을의 고독을 모른 척 넘어가고 싶다면  이 앨범이 딱이다. 일본의 기타 듀오 데파페페(Depapepe)는 언제나 경쾌하다. 데파페페를 듣고 있으면 낙엽 바스라지는 소리까지도 상쾌하고 통쾌하다. 앨범과 제목에 느낌표를 이렇게 많이 쓰는 뮤지션이 또 없을 것이다. <Drive! Drive!! Drive!!!>(2008) 앨범의 ‘Sky!Sky!Sky!’를 듣다 보면 오메! 워메! 훠메! 에너지가 불끈불끈 솟는다. 데뷔 앨범 <Let’s Go!!!>(2005)에 수록된 ‘Start’가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쓰이면서 국내에 알려져 지금은 한국팬도 꽤 많다. 2008년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나 단독공연 등 여러 차례 한국에 초대되기도 했다. 개강 초 오랜만의 공부에 과열된 머리를 시원하게 식혀줄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데파페페의 연주는 남녀노소 누가 들어도 귀에 잘 감긴다. 팬픽 저자 여중생도, 7080 아저씨도, ‘메탈 돼지’도 ‘브릿팝 멸치’도 데파페페를 좋아한다. 온 식구가 들을 수 있고 졸음도 깨워주니 다가오는 추석 귀향길에 차 안에서 듣기에도 이보다 좋은 앨범이 없다. 지난 학기 우리 대학 영어영문학과 성은애 교수가 심한 독감으로 목소리가 안 나왔을 때 PPT자료를 만들어 와서 ‘자막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BGM’으로 깔았던 음악도 데파페페였다. 그만큼 졸음 쫓고 기운 북돋기에 최적인 밴드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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