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三國遺事)와 나의 인생
삼국유사(三國遺事)와 나의 인생
  • 이성규(율곡기념도서관장)
  • 승인 2012.09.22 22:15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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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필자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 되었다. 아마 일연(一然) 스님이 맺어준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유교양협회에서 주관하는 중?고등학생 독서경연대회가 있었다. 그때 필자는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입상을 하였는데 필자에게 준 상품 속에 삼국유사가 들어 있었다. 그 당시는 고등학생들 끼리 책을 읽고 서로 토론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는데 삼국유사를 잘 알고 있던 필자가 또래 아이들에게 우쭐하였던 기억이 난다.
이후 대학에 들어와 진로문제로 방황하던 필자에게 앞길을 열어 준 것도 삼국유사이다. 국문과 1학년 재학 중에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방과 후 불교특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강의에 참석하였다. 그 때 특강을 하신 분이 지금도 평생의 은사로 모시고 있는 황패강(黃浿江) 선생님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그때는 40대 중반의 멋쟁이로 국문과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우상이었다. 특강에서 선생님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불교와 연결하여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그 후 필자는 삼국유사에 흠뻑 빠졌고 이후 국문과의 삼국유사 강독 반에 가담하면서 필자의 인생은 정해지고 말았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따라 전국을 답사하면서 우리 문화에 심취하였고 그때 배운 여러 가지 잡기(길 찾기, 탁본, 표구, 판목 쇄출, 사찰과 서당 예절, 서지학 기타 등등)는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또 선후배들과 어울리면서 수업시간에 배우지 못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고 교수님들의 뒷이야기도 이때 다 섭렵하였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유명사를 연구하여 단대신문사 주최 학술상에 응모하여 대상으로 그 때 돈 50만원을 받아 대학원 진학 등록금으로 사용하였다. 이후 필자는 삼국유사와 관련된 일들인 국어 교사, 동양학연구소 사전편찬원으로 근무하였고 지금은 단군 이야기와 몽골 설화를 비교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수록하지 못한 우리 문화의 중요한 유산들이 매우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최고의 작품은 역시 단군(檀君)에 관한 이야기이다. 만약 삼국유사에 단군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면 우리 역사의 앞부분은 아주 볼품없는 역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연 스님의 숭고한 역사의식은 단군 이야기에 반영이 되었고 그 전통은 팔백년이 지난 지금 단국대학교에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대학의 기초를 놓으신 범정 장형 선생님은 한반도가 강대국의 영향으로 남북으로 나뉘어졌을 때 앞으로 남북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는 단군밖에 없다며 남북통일의 주역이 되는 대학이 되라며 학교 이름을 단국(檀國)으로 지었다.
단국대학교에 들어와 삼국유사를 공부하며 좋은 스승과 선후배를 만나서 학문의 즐거움을 알았다면 삼국유사의 재미있는 내용들은 필자에게 현재와 미래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필자는 삼국유사와 관련된 내용들을 연구하며 21세기 새로운 삼국유사를 써 나갈 것이다.    

이성규(율곡기념도서관장)

 

 

이성규(율곡기념도서관장)
이성규(율곡기념도서관장)

 sgle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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