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서
자기 계발서
  • 백승연
  • 승인 2012.09.25 13:07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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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자기 계발서가 필요합니다
나는 자기 계발서를 의도적으로 읽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시크릿』이나 『마시멜로 이야기』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문학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편견일까. 저런 책을 읽는 것보다 시집 한 편, 소설 책 한 편을 읽는 게 내면의 양식을 쌓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부터 든다. 무조건적인 비판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인간적으로 시중에 자기 계발서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가.
몇 가지 자기 계발서를 놓고 차례를 들춰보라. 다 좋은 말이다. 부정할 수 없이 누구나 좋다고 생각할 만한 말들이 담겨있는 책이 자기 계발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재확인 시켜줄 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자기 계발서는 ‘맞아. 나도 그런 생각이야.’라는 공감을 느끼게 하고 일시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이제 이대로 행동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고 느끼게 만드는 건 아닐까.
사실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제목이다. 직접 제목을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자기 계발서에서 주로 쓰는 제목은 ‘성공에 이르는 ~’, ‘~의 차이’, ‘~을 이기는 방법’, ‘~에 미쳐라’ 등등이 있다. 뭔가 비장하고 전투적인 제목들이다. 어린이용 자기 계발서 중에 『이기는 습관』이라는 책을 본적이 있다. 펼쳐보지도 않고 비판하면 안 되겠지만, 책 제목을 읽은 내 반응은 이랬다. 애들한테 벌써부터 이기는 법만 가르치겠다는 거야?
물론 누군가를 이긴다는 건 짜릿하다. 성공에 이르고, 무언가에 미치는 건 멋지다. 하지만 꼭 누군가를 이기고 누구보다 앞서나가려는 생각에만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실패도 하고 돌아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실패 속에서도 의외에 돌파구를 발견한 경험을 해본 적 없는가. 완벽에 가까워지려는 생각이 부담이 되어 아무런 시도도 하지 못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시중에 나온 모든 자기 계발서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만큼 읽어보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맞는 자기 계발서 딱 한두 권 정도만 읽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우리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천’을 안 할뿐이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이번에는 꼭 이렇게 해야지, 다짐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실천하지 못하면 또 다시 다른 자기 계발서를 찾아 읽고. 반복 또 반복. 그래서 자기 계발서가 끊임없이 나오는 건가.  
나는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대신에 좋은 구절이나 실천할 만한 말들을 포스트잇에 써놓는 편이다. 그리고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책상 앞 벽면에 붙여 놓는다. 좀 긴 글들은 따로 노트에 적어놓는다. 나에게 맞는 나만의 자기 계발서를 만드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내가 정말 실천할 수 있고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거르는 과정도 필요한 것 같다.
주제와 조금 어긋나지만 삶에 지치고 패배감에 빠졌을 때는 시집을 한권 읽는 걸 추천한다. 너무 어려운 것 말고, 비교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시집을 읽어봤으면 한다. 마음에 드는 시를 자신의 노트에 옮겨 적는 것에서도 좋은 자기 계발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백승연(문예창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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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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