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구공 ④ 개그 프로그램의 변천사
고고구공 ④ 개그 프로그램의 변천사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2.09.25 13:08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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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프로그램, 지금도 안녕하시렵니까?
유행어를 제조하던 재간둥이 신동엽이 이렇게 음흉한 남자였을 줄 누가 알았을까. 메뚜기 탈을 쓰고 촐싹 맞게 뛰어다니던 안경잡이 유재석에게서 누가 국민MC의 자질을 봤을까. X세대라고 불리던 신인 개그맨 신동엽과 유재석은 10년이 지난 지금,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MC로 자리 잡았다. 이들을 통해 TV속 웃음의 변천사를 되감아본다.
우선 90년대 예능과 최근 예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능의 중심이 더 이상 ‘개그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그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열었던 당시의 많은 개그맨들이 지금은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며 개그 프로그램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개그콘서트’ 등 몇몇 전통 코미디프로그램을 제외하곤 개그는 예능 안에서 프로그램을 빛내는 양념 중 하나로 활용된다.
사실 유재석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때도 2002년 그 이름도 희한한 ‘공포의 쿵쿵따’를 통해서였다. 코너 중심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프로 중심의 예능으로 변화하던 21세기 초반에 유재석은 진가를 드러낼 수 있었다. 메뚜기 청년이 변화하던 예능계로 ‘무한도전’해준 덕분에 2012년의 우리는 TV 앞에서 더 많이 웃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소재의 다양성이다. 신동엽의 주 무기는 예전에나 지금이나 ‘언어유희’다. 다만 예전의 ‘하늘땅 별땅 각개별땅’은 너무나 순수해서 지금의 신동엽스럽지가 않다. 10년이 지난 지금, 대놓고 19금 마크를 달고 방송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SNL Korea 3’의 고정패널로 출연하는 신동엽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닌다. 예전의 재간둥이 신동엽과는 달리 이 프로그램 안의 신동엽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음흉한 ‘드립’을 주저없이 날린다.
지금은 격동의 80년대 직후인 90년대보다 훨씬 자유롭다. 야한 개그뿐 아니라 세태를 비판하고 정치를 비판하는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 개그의 소재가 훨씬 자유로워졌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당연히 더 좋아한다. 더 화제가 된다. 아, 물론 이런 개그는 아직까지 용감한 개그맨들의 전유물이긴 하다.
마지막으로 개그맨들의 크로스오버가 있다. 단적인 예로 UV, 형돈이와 대준이는 가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개그맨과 가수로 투잡을 뛰는 일명 ‘개가수’의 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재밌는 가사과 독특하게 중독되는 멜로디의 노래는 출시될 때마다 아이돌 가수까지 밀어내고 음원 차트의 정상을 차지한다.
뛰어난 능력을 고작 크리스마스 코믹 캐롤이나 어린이 대상 판타지 영화에 사용하던 개그맨들은 점차 음악 공연장과 영화, 드라마 촬영장, 연극, 뮤지컬 무대로까지 발을 넓히는 크로스오버를 일삼고 있다. 이젠 조연을 넘어 주연까지 넘보는 욕심 많은 개그맨들의 크로스오버가 없으면 섭섭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10년, 아니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개그 프로그램은 재미있다. TV 앞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편하게 웃을 수 있다. 웃음의 코드는 변해도 웃음의 미학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개그 프로그램은 오늘도 내일도 안녕하시다.
이호연 기자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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