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이래저래 불편한 애물단지 ‘추석’
주간기자석 - 이래저래 불편한 애물단지 ‘추석’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2.09.25 13:31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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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민족 고유의 명절? 왠지 익숙하지 않은 수식어다. 중학교 때까지 기자에게 추석은 ‘용돈 받는 날’이었다. 지금은 다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날’이라는 느낌이다. 

온 가족이 모여서 송편과 만두를 빚으며 ‘하하 호호’했던 어린 시절 추석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어린 시절 기억일 뿐 유년기를 거쳐 청소년기로 들어가면서 송편이나 만두를 빚은 기억은 거의 없다. 아니, 없다. 그나마 외할머니 댁에서 하던 윷놀이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뚝’ 끊겼다. 그 이후로는 괜히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는 게 불편했다. 듣기 싫은 말도 들어야하고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받는 것도 싫었다. 한번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시골에 가지 않은 적도 있다. 그렇게 추석은 나날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날이 되어 갔다.

이번 추석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속 고민이 된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지,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자취방에 남을지 아니면 오매불망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보러 갈지. 단기알바로 생활비를 버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바쁘게 살았으니 며칠쯤은 휴식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여름방학 이후 한 번도 가지 못한 집에 내려가 부모님도 뵙고 1년에 두 번 보는 친척 집에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어감을 조금 정정하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이번 ‘3인3색 추석나기’는 회의 때 ‘재밌고 가벼운’ 기획으로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웬걸, 취재원들의 답변이 하나 같이 우울하다. 군대 가는 심정으로 취업준비를 위해 자취방에 남는다고 하질 않나 허리가 휘어지는 등록금 때문에 연휴기간에는 하루 9시간씩 알바를 뛴다고 한다. 이 기사만 6시간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인간극장’ 냄새가 풀풀 풍기는 초고를 보내버렸다.

추석은 1년에 두 번 뿐인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임에도 최근엔 시들하다. 가족 해체 현상이 급격히 증가하는 탓도 있겠지만 사회가 대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스펙, 돈 등)이 많아지다 보니 친척들을 한 번 더 보는 것보다 내 일에 더 급급해지고 있다. 또한 마음먹고 큰집에 가도 취업 못한 사람에게 “취업은 했니?”라고 묻는 그 불편함 때문에 선뜻 가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주간기자석을 쓰다 보니 추석은 자취방에서 직접 선정한 추석 특집 영화와 함께하고 싶어진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안가면 서운해 할 사람들을 위해 이번에도 그 불편함을 잠시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년도와 다음 년도를 참으면 기자도 그 다음 년도에는 군대를 가는 심정으로 취업준비를 위해 남아야 할 것이다. 가나 안가나 이래저래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추석나기’를 위해 대전으로 가는 시외버스 티켓을 미리 끊어야겠다.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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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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