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성달성 ⑮ 발기부전
알성달성 ⑮ 발기부전
  • 서 민(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2.09.25 13:34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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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태어난 게 다행이다

발기는 다음 두 가지 상황에서 일어난다. 성기를 쓸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성기를 만졌을 때 반사적으로 발기가 되는 게 그 하나로, 말초신경이 자극되면서 성기 혈관에 혈액이 차게 된다. 즉 성기를 쓰다듬어 주면 신경계가 일산화질소(NO)를 분비하는데, NO는 성기의 평활근을 이완시킴으로써 혈액이 들어차 발기가 일어난다. 다른 하나는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야한 동영상을 봤을 때 일어나는 것으로, 흥분한 뇌가 성기 신경에 발기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경우인데, 성기 혈관에 혈액이 차는 건 이때도 마찬가지다.

발기부전은 성행위 도중 남자 성기가 계속 발기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발기에 실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혈액을 채워야 발기가 되니 심혈관질환이 있으면 발기가 잘 안되고, 신경전달의 이상을 초래하는 당뇨병 등의 질환도 발기부전의 한 원인이 된다. 그밖에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든지, 약물 부작용이 있어도 발기가 잘 안될 수 있다. 발기를 하는 기전엔 이상이 없지만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예를 들어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거나 우울증,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기부전이 오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발기부전 환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담배는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발기부전을 빨리 오게 만든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발기부전은 당사자에게 “이제 난 더 이상 남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극도의 무력감에 시달리게 만든다. 아침에 서지 않는 사람에겐 돈도 빌려주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돈 못 빌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마누라가 도망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리라.

사리풀잎, 버드나무, 향나무, 아카시아. 기원전 16세기로 추정되는 파피루스에 쓰여 있는 발기부전 처방법이다. 시대가 시대니만큼 이런 식물들을 성기에 바르는 것 이외에 주술적 치료가 동반됐는데, 아쉽게도 글의 원문이 완전히 보존되지 않아 도무지 해석이 불가능하다. 아쉽다고 한 건 이런 주술적 치료들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 발기부전의 원인 중 하나가 심리적인 것인만큼 주술이 도움이 되는 건 이상할 게 없다.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다들 알다시피 화이자가 비아그라라는, 인류 역사에 찬란하게 빛날 약을 만들어냈으니까. 대부분의 발기부전 환자에서 비아그라는 놀라운 효능을 나타내는데, 이 약은 cGMP라는 에너지원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게 함으로써 발기상태를 유지해 준다. 물론 부작용도 있어서 뇌혈관을 확장시켜 두통이 나게 하고 안면홍조를 일으키며, 심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하루 종일 발기상태에 있게 만들 수도 있는데, 이게 왜 부작용이냐고 의문을 품는 분도 있겠지만, 몇 시간 동안 발기상태가 가라앉지 않으면 성기는, 썩는다. 그러니 발기가 잘 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잘하겠다는 욕심에 비아그라를 쓰는 일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그밖에 유산소운동도 발기부전이 낫는 데 도움이 되며, 인공 보형물을 삽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다. 성기에 식물의 즙을 바르고 거기에 주문을 외웠던 3,600년 전에 비하면 지금 시대는 낙원이 아닐까?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서 민(의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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