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터치 66. 공포사회로 몰아가는 ‘폭력’ 언론
대중문화터치 66. 공포사회로 몰아가는 ‘폭력’ 언론
  • 신현식 수습기자
  • 승인 2012.09.25 14:15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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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살인, 성폭행 소식 사고 팔아요
매미급’ 볼라벤에 이은 덴빈의 접근 소식에 한반도 전역은 불안감에 떨었었다. 보수, 진보 신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태풍 소식을 1면에 세웠다. 2003년 태풍 매미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매미급’이라는 볼라벤의 위력에 염려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는 창문틀 마다 테이핑을 하고, 학교들은 휴교 했다. 볼라벤이 지나가고, 덴빈이 지나갔다. 제주도, 전남 지역은 낙과피해가 심했고, 인명피해도 있었다. 그러나 ‘백투백 태풍’ 볼라벤과 덴빈은 공포에 떨만큼의 위력이였나?
미디어가 공포를 조장하고, 그 공포로 사익을 챙긴다는 사실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 달 전 미디어는 누가 더 공포스럽게 태풍 경로 보도를 잘하나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태풍이 지나가면 언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태풍의 피해를 ‘조용히’ 보도한다. 국민들에게 두 태풍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된다’는 경각심을 주는 의도는 알겠으나,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한 언론의 행태는 치졸한 면이 있다.
살인사건 보도에서도 미디어는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인다. 여의도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사건은 각종 매체의 머리기사를 장식했고, 국민들은 나도 저렇게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 미디어들은 범죄자들을 여과 없이 ‘악귀’라 표현하고, 뉴스 앵커들은 요즘 사회를 걱정하는 멘트를 한다. 여론은 공포사회라고 떠들고, 그 사이에서 미디어는 이익을 챙긴다.
얼마 전에 있었던 나주 성폭행 사건을 보자. 고작 9살된 소녀를 무참히 짓밟은 사건은 당연히 용납이 가지 않는 사건이었고, 심도 있게 보도 되어야 마땅했다. 이 사건은 선정적이었고, 너무 참혹했다. 그러나 각종 언론은 정도에 대한 경계보다 타사와의 경쟁에 급급했다. 이 와중에 한 언론은 1면에 사건과 관계없는 일반인의 사진을 놓고 ‘성폭행범’이라 오보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기자나 언론사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하지 않고, 특종을 낚아야 한다는 욕심 하에 언론윤리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언론사의 이익을 얻기 위해 사건에 관련 없는 한 청년은 ‘폭행’을 당한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모든 언론사는 최대한 선정적으로 사건을 다루는데 열을 올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 그날에 있었던 가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시간마다 보도하고, 상상하기도 힘든 가해자의 범행 행각을 여과 없이 보도 했다. 반인륜적-반도덕적 살인범, 성폭행범에 관한 기사를 분별력 있는 판단으로 편집, 배열해야하는 책임이 언론에는 있다.
또한 최근 미디어가 단순 이익만을 위해 ‘여론몰이’를 한다는 느낌은 아니다. 대선이 다가오자 기득권 미디어들이 사회를 ‘공포사회’로 만들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용산참사를 연쇄살인사건으로 덮었던 그들의 모습은 2012년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치졸해 보인다. 시대가 많이 변한 지금 그들의 시대는 아직 ‘7080’인 듯 하다.
신현식 기자 shsnice10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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