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⑭ 김기덕과 홍상수
막상막하 ⑭ 김기덕과 홍상수
  • 신현식 수습기자
  • 승인 2012.09.25 14:21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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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생 쥐띠 감독들의 독특한 ‘불편함’
김기덕(53)감독과 홍상수(53)감독은 쥐띠 동갑내기다. 두 감독의 영화 색채는 차이가 있지만, 영화가 묘하게 불편하고 거부감이 든다는 점이 닮았다. 많은 국내 관객에게 호응을 얻는 감독은 아니지만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특색 있는 그들의 공통점을 파헤쳐보자.
동갑내기 두 감독은 데뷔년도 역시 같다. 홍상수 감독은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시작으로, 지난 5월에 개봉한 <다른나라에서>(2011)까지 총 17개의 작품에 참여 했다. 김기덕 감독은 1996년 <악어>를 시작으로, 최근에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2012)까지 총 22개의 작품에 참여 했다.
홍상수, 김기덕 감독은 모두 페르소나가 있다.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 또는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서 특정한 배우를 의미한다. 홍상수 사단에는 배우 김상중, 유준상, 이선균, 김태우 등이 있다. 이들은 ‘찌질’하고 속물스런 인간군상을 표현한다. 김기덕 감독의 대표적 페르소나로는 조재현, 하정우, 박지아가 있다. 김기덕 감독과 많은 작품을 같이 한 배우 조재현(48)씨는 tvN의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연기 중단까지 고민했던 나는 김 감독의 <악어>(1996)를 찍으며 연기를 편안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김기덕 감독과의 남다른 인연을 회상했다.
그들의 영화를 한마디로 거칠게 말하면 ‘불편함’ 아니면 ‘역겨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대중은 영화를 다 보고서도 어떤 의미인지 알아채기 힘들다. 영화평론가가 끄적이는 리뷰를 보고나서야 대충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두 감독의 ‘불편함’은 성격이 다르다. 김기덕 영화의 불편함은 마주하기 싫은 끔찍한 폭력과 내면의 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서 비롯된다. <수취인 불명>(2001)에서 칼로 자신의 눈을 찌른다거나, <섬>(2000)에서는 목구멍이나 질 속에 낚시 바늘을 넣고 자해하는 장면을 보면 저절로 눈을 찡그리게 된다. 또한 원조교제, 매춘 등과 같이 ‘사회악’을 적당히 여과해 비쳐준다. 홍상수 감독의 불편함은 소위 ‘배웠다’ 하는 사람들의 노골적이고 치졸한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것에서 나오는 불편함이다. 홍상수 감독의 남자들은 교수, 영화감독들이 주를 이룬다. 극 중에서 그들은 여제자, 자신의 영화의 배우들과의 하룻밤을 위해 술로 유혹한다. 언제나 여자들은 못 이기는 척 남자들의 유혹에 넘어간다.
두 감독은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인간 내면의 네거티브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그들은 영화의 ‘키워드’를 곳곳에 숨겨놓는다.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장면 하나하나를 음미해보면 어느새 두 감독의 ‘키워드’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신현식 기자 shsnice10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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