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젊은 세대는 왜 위로받고 싶어 하나?
[백묵처방] 젊은 세대는 왜 위로받고 싶어 하나?
  • 배개화(교양기초교육원)교수
  • 승인 2012.09.25 16:17
  • 호수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자기 계발서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판매되는 서적 중에서 1위가 경제/경영서이고 2위가 자기계발서라고 한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200만부 이상이나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같은 책도 많이 팔린다고 한다. 또 책은 아니지만 작년에 진행되었던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교수의 '청춘 콘서트' 같은 것도 대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최근 자기 계발서의 트랜드는 스티브 코비의 『성공하는 자의 7가지 습관』과 같은 성공 비법은 아닌 것 같다. 김난도 교수의 책만 하더라도 제목 자체가 ‘아픔’에 대한 것이지 ‘성공’에 대한 것은 아니다. 내 수업에 서평쓰기를 하는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서평 목록에 있었다. 이 책을 선택한 학생들이 주로 많이 인용하는 구절은 “인생을 하루로 보았을 때 20대인 당신의 위치는 아침이기 때문에 아직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 “천천히 가도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 등과 같은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볼 때 지금 대학생들이 많이 원하는 것은 ‘성공의 비법’보다는 ‘위로’와 ‘격려’인 듯하다. '청춘 콘서트'의 성공도 비슷한 맥락에서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아픔과 고통을 주는 사회인가?라는 것이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20대들이 ‘성공의 비법’보다는 ‘위로’를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점들은 소위 ‘청년실업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에도 잘 반영되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청년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실업률 통계를 보면 전체 실업률은 3.0% 정도인데 20대의 실업률은 8.0%라고 한다. 더욱이 20대가 가고 싶은 양질의 직장-대기업, 공무원 등에서의 수요를 생각하면,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고 싶은 직장에 가지 못하고 평소 자기가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면 아마 많이 속상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대학생들에게 성공보다는 위안을 선택하게 하는 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1998년 IMF 사태 이후로 우리 사회의 가치 평가 기준이 ‘돈’으로 일원화 된 것도 젊은이들이 희망보다는 우울을 느끼게 하는 원인으로 생각한다. IMF로 인해 ‘고용 안정성’이 많이 약화되면서 60년대 이래로 빈부 격차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런 상황과 IMF가 준 ‘돈’에 대한 트라우마는 청년들과 같이 미래를 준비 중인한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대기업의 오너 3세들이 마치 ‘왕자’나 ‘공주’처럼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IMF를 이야기 하니까 생각나는데, IMF 때 나는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었다. 그 때 비슷한 나이의 은행원과 소개팅을 했었는데, 그 은행원은 IMF로 해고 되지 않은 것과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당시 회사 분위기를 잘 몰랐던 나는 너무 지나친 허세에 몇 마디 나누지 않고 정이 떨어졌다. 더구나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그야말로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상황이었다. 이때를 생각하면 지금 20대가 느끼는 불안을 많이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결국은 김난도 교수처럼 20대는 원래 힘들고 아픈 거야라고 말하게 된다.  

청년들이 ‘성공’보다는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좀 일자리를 잘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늙은 세대가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것도 빨리 해결되어야겠다. 이런 문제의 해결이 대기업 총수 몇몇의 결심으로 가능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실속 없는 위안보다는 일자리를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