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손에 상처 아물 날 없지만 마음만은 뿌듯
양 손에 상처 아물 날 없지만 마음만은 뿌듯
  • 이혜린 기자
  • 승인 2012.09.27 23:25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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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왔다. 선선해진 바람 따라 어린이대공원에도 아이를 동반한 많은 가족들이 찾아온다. 대공원 시설 중 단연 인기인 동물원에서는 아이들이 유리창너머로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유리너머 동물들은 아이들을 기다린 듯 재롱을 떨었다. 지난 21일 어린이대공원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사욱사를 만나봤다.<편집자 주>

 

TV속 새끼 동물을 돌보는 모습과 동물들과 교감하고 멋진 쇼를 보여주는 사육사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감동과 감탄을 자아낸다. 몇몇 동물들은 사육사와 끈끈한 우정을 선보이며 생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육사의 일에는 TV에서 보듯 새끼동물을 돌보는 예쁜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매스컴에서 와는 다르게 물리고 긁히며 손에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동물들하고 친해져가는 것이다.

 

사육사 김동옥(31)씨는 “평소에는 보기 힘든 야생동물을 기르고 인공포육을 하면서, 잘 자라주는 동물들을 보면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처음 사육사라는 꿈을 키우기 전에는 동물을 길러본 적도 없고 오히려 무서워하는 축에 속해있던 김씨는 삼육대 동물자원학과 재학 중 동물원 실습교육을 받으면서 사육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알게 됐다. 실습 기간 중에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직업이 아닌 사육사라는 활동적인 직업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육사는 동물들의 먹이, 청소 그리고 건강 체크를 수시로 하는 것이 주요업무지만 동물을 조련하거나 아이들에게 홍보하는 것 역시 사육사의 업무이다. 또한 사육사들이 자리를 비우는 밤사이 동물원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남자사육사들은 당직을 서며 아픈 동물과 새끼동물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김씨가 돌보는 동물들은 보통 조련이 필요한 동물이 아니라 뱀, 사막여우 고슴도치 등과 같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동물들이다. 이 외에도 동물학교를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동물들을 어떻게 기르고 돌보는지 체험을 통해 알려주는 일을 담당한다.

 

이런 동물학교가 시작되면서 동물원은 동물들의 복지에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열대 동물관 유리창 너머로 언뜻 보이는 모습은 동물들이 설치물 위에서 장난치는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텅 빈 공간에 동물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었지만 최근에는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주변에 장난감과 조경 등 주변물을 설치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동물원과는 다르게 관람객들이 동물들에게 생각 없이 못 먹는 음식을 던져 주거나 돌을 던지는 등 학대하는 모습을 볼 때 김씨는 가장 맥이 빠진다고 한다. 이로 인해 돌보던 동물들이 아플 때는 ‘말 못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며 속상하다고 했다.

 

김씨는 사육사 취업 경쟁이 특히 심하던 2001년에 아르바이트 신분에서 공채에 합격했다. 지금은 신입사원급으로 연봉이 2천만원대지만 계속 일하며 급수가 높아질수록 연봉도 5~6천만 원대로 올라간다. 사육사는 소속단체에 따라 공무원에 해당되기도 하는데 어린이 대공원에서는 준 공무원에 해당하는 직종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공무원과 유사하게 정년제도도 있다. 62세가 정년이라 50-60대의 사육사들이 많다고 한다.

 

동물원에 들어오는 동물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에서 기증받지 않는다. 집에서 길들여진 동물이 우리 안에서 배척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원의 동물들은 다른 동물원의 동물들과 교환을 하거나 외국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원에서 태어나는 동물들도 일부 있다.

 

많은 학생들이 TV에서 본 동물 프로그램들의 영향을 받아 사육사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김씨는 “매스컴에서 보는 많은 동물들의 촬영은 드라마틱한 상황 연출을 위해 짜깁기 되는 경우가 많다”며 “모유를 주거나 놀아주는 예쁜 모습만 보고서 사육사에 지원하는 것보다. 꾸준히 동물들을 사랑해주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혜린 기자 hyerin9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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