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사람들을 만나다
새벽사람들을 만나다
  • 신현식 수습기자
  • 승인 2012.10.09 14:19
  • 호수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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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빛고을의 새벽 시장

아따 KBS에서 왔어 MBC에서 왔어?”
시장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던 도중 손주를 데리고 시장에 나오신 할머니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기자에게 물었다. 학교신문에서 나왔다는 답문에 선뜻 찐밤 하나를 건네며 고생이 많다고 격려해주시는데 이게 시장 인심인가하며 괜스레 감동을 받았다. 반대편에는 털이 수북한 아저씨가 가냘픈 목소리로 돼지고기 국밥을 판매하는 반전을 보여준 이곳은 새벽의 남광주 시장이다.
                               <편집자 주>

지난 29일 새벽 4시30분경 남광주 학동 농산물 시장은 추석 음식 재료를 팔기 위한 상인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소규모 면적의 남광주 시장은 야외 시장과 실내 시장으로 나뉜다.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개장하는 야외 시장은 하루 600원의 저렴한 자릿세만 내면 누구나 물품을 판매 할 수 있다. 이날 야외 시장에 나온 주요 품목은 배, 사과, 대추, 감 등의 차례음식이었다. 실내 시장은 야외 시장에서 진열하기 힘든 생선류, 고기류 등이 주로 진열돼 있었다. 남광주 시장은 한 바퀴 도는데 30분도 안 걸리는 아주 작은 시장이지만 요목조목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6년째 장사를 해온 김선미(41)씨는 “원래 꽃을 주로 판매 하는데, 추석시즌이라서 대추와 감을 판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는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추석이라 추석음식은 거의 다 팔린다고 보면 된다. 오늘 받아온 밤, 대추도 9시쯤이면 다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상인들이 이날은 추석시장에 특수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목도리에 군대 방한 내피인 일명 ‘깔깔이’를 입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 사진기를 들고 있는 나를 흥미롭게 여기며 질문해왔다. 할머니들은 “왜 사진을 찍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고 “얼른 찍어달라”고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실내 시장 안에는 닫혀있는 문이 상당수 였다. 아직 출근을 안했거니 생각했는데 문 앞을 보니 ‘자리판매’ 라고 적혀있었다. 대형마트가 활개 치는 도시에 시장이 설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때 맞은편에서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남광주시장의 명물인 ‘국밥거리’가 있었다. 새벽부터 육수를 내고 있는 터라 국밥 냄새가 온 시장에 퍼졌다.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래시장만의 매력이었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입구로 가보니 삼삼오오 할머니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새벽에 일찍 나오시니 아침을 못 드시고 시장에 와서 식사를 해결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새벽 일찍 장사를 나와야 하니 식사는 이렇게 대충 때운다. 메뉴는 컵라면에 단무지 그리고 가시오가피주다. 새벽 5시도 안됐는데 벌써 약주하시냐는 질문에 이명자(64·여)씨는 “여기서는 컵라면에 가시오가피주면 9시까지 배도 든든하고 추위도 물리칠 수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총각도 한잔 할텨?”라고 물으셨다. 괜찮다는 손사레에 이씨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새벽 5시 반 쯤 되자 어둠은 물러가고, 갑자기 많은 인파가 몰려왔다. 100평이 조금 넘는 야외시장에 300~400명 쯤 되는 인파가 차니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시장이 죽어간다는 소문은 거짓말은 아닌가 오해를 하게 했다. 다른 지방에서 내려오는 아들, 딸을 위해 최고의 식재료를 구하려는 아주머니들은 모두 ‘식객’의 눈썰미였다. 사과 하나를 사도 1000원이라도 더 아끼려는 모습, 대추와 밤을 사도 한 개라도 더 얻어가려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보였다.
한 아주머니는 비닐봉지만 7개를 들고 있었다. 짐도 많은데 왜 혼자 왔냐고 물었더니 “워매 깜빡하고 어제 샀어야 된디… 자식만 일곱이여서 그 자식들까지 다오면 20명이 넘는디, 바리바리 안들면 안되어라”, “바쁜께 인터뷰 다른 사람이랑 하쇼”라고 하며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어느 때와 같이 남광주의 새벽은 지나가고 추석의 ‘자식사랑’은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손에 손에 쥔 음식들은 추석의 정겨움으로 변할 것이다.
신현식 기자 shsnice10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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