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새벽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추석 새벽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 강효정 기자
  • 승인 2012.10.09 16:03
  • 호수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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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이 아닌 편의점에서 보내는 추석명절 그래도 …

고향에 계신 부모와 친지를 찾아 떠나는 추석 연휴에 평소보다 더 바쁘게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취업 전쟁 속에 각종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20대 대학생들에게 명절 연휴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편집자 주>

“추석 때 집에 못 내려가서 부모님께 죄송해요. 저라고 왜 집에 안 가고 싶겠어요. 교통비 때문에 집에 가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추석 연휴에 일 안 하면 다음 달 생활이 힘들어요.” 편의점에서 야간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윤정(21·가명)양의 말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지나갔다. 추석 연휴가 시작 됐던 지난 30일 새벽, 경기도 안양시 평촌 ‘로데오 거리’의 새벽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몇몇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그들만의 방식대로 연휴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이 추석이라는 것을 잠시 잊은 듯, 일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시끌벅적한 로데오 거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24시간 연중무휴’ 편의점의 환한 불빛은 유난히도 외로워 보였다.  

로데오 거리의 중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양은 전주에 살다가 대학 입학 후 경기도로 올라왔다. 김양이 이번 추석을 보내는 장소는 고향 집이 아닌 편의점이다. 학기 중에는 아예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는 김양은 “집에 내려가면 교통비로 5~6만원은 써야 되는데, 일을 하면 오히려 5만원을 벌 수 있어서 10만 원 이상을 버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양의 부모님이 매달 보내주는 용돈은 20만원. 매달 자취방 월세와 공과금, 생활비 등을 해결해야 하는 김양에게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버는 약 30만원은 큰돈이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하루 10시간을 일하는 김양. 그는 계산부터 매장 내 청소, 재고 정리 및 관리 등 새벽시간 동안만큼은 편의점의 총 관리자다. 일요일 주말 아침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있을 오전 8시에 퇴근 후, 오후 3시까지 김양은 잠을 잔다. 일어나면 늦은 점심을 먹고 교회로 향한다. 교회에서 밴드 보컬로 활동 중인 김양은 2시간 정도 보컬 연습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다시 오후 10시. 편의점에 일하러 가야할 시간이다. 김양이 야간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 야간아르바이트를 할까말까 망설였어요.”

처음에 야간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김양은 망설였다. 남들이 일할 때 자고, 남들이 잘 때 일하는 밤과 낮이 뒤바뀐 생활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 8시 30분,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어 암막 커튼이 없으면 잠이 들기 힘들다. 침대에 누워 1시간동안 수십번 뒤척인 후 겨우 잠이 든다고 말했다. 김양은 “처음에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그만둘까 고민했었지만 야간 수당에 기본시급을 더한 쏠쏠한 시급 때문에 쉽게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늦은 시각, 술에 만취한 손님의 그 한마디가 어찌나 기분 나쁘던지.”

새벽 3시, 술에 잔뜩 취한 사람이 들어와 다짜고짜 여기가 어디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못 본 척 아무 대꾸도 않는 김양을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며 시끄럽게 나갔다.

편의점 알바를 가장 힘들게 하는 ‘진상’, 전형적인 만취손님이다. 번화가다보니 늦은 새벽  시간이면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깨뜨려 버리는 사람, 선반을 뒤엎어 편의점 내 물건들을 망가뜨려 놓는 사람, 음식을 쏟아 바닥을 엉망으로 만드는 사람 등 술김에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다. 경계대상 1호다. 

“편의점에는 참 다양한 손님이 오는 것 같아요. 저번에는 한 노숙인이 들어와 ‘술 좀 가져갈게’라며 아무렇지 않게 소주를 가져간 날도 있었어요.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라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새벽5시, 일을 시작한 지 7시간이 다 돼가자 졸려보였던 알바생의 모습은 어느덧 잠이 깬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제 3시간만 하면 되요.”라며 김양이 밝게 말했다. 청소나 재고 정리 같은 자질구레한 일들을 모두 끝내고 손님도 없는 이른 새벽 시간이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의 자유시간이다. 공부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본다. 5,000원 내외의 시급으로 선반위의 물건을 골라 주전부리를 한다.

오전 8시, 퇴근 할 시간이다. 추석날 아침, 김 양은 따뜻한 쌀 밥 대신 삼각깁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내년에는 집에 꼭 가고 싶어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강효정 기자 gonju@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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