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별기획] 기업 인사담당자들, “맞춤법 틀린 이력서 가장 싫어”
[한글날 특별기획] 기업 인사담당자들, “맞춤법 틀린 이력서 가장 싫어”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10.09 18:58
  • 호수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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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부터 승진까지…‘밥줄’ 쥔 글쓰기 능력

#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은 정모양(경영·4). 깜빡이는 커서를 한참동안 바라본다. 한 항목 쓰는 데 한 시간, 다음 항목 쓰는 데 또 한 시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가는데 글은 생각처럼 써지질 않는다.

흰 종이를 마주하면 무엇을 써야 할 지 막막해지는 이른바 ‘백지공포증’을 가진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전공을 막론하고 대학생들에게 글쓰기가 점차 ‘공포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일이 늘고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 객관식 문제에 익숙해져 있던 학생들에게 장문의 글쓰기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리포트를 돈 주고 사거나 베낀 글을 제출한 학생을 찾아내는 게 조교의 큰 업무가 된 것도 이미 오래 전이다.

글쓰기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취업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채용 시 상당 수준의 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CJ 등 여러 대기업에서 적성 검사에서 글쓰기나 논리 평가 등을 강화하고 입사전형에 한국어 능력 평가시험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등 지원자의 언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미래에셋생명 최현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취업준비생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글쓰기를 잘하려면 내가 먼저 많이 읽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한다. 깊이 있는 글쓰기만큼 현실 인식에 중요한 수단은 없다”며 “신입사원들에게도 늘 글쓰기를 장려한다. 실제 면접 현장에서도 글만 봐도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정확하게 꿰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의 오탈자나 띄어쓰기 실수 역시 감점 요인이 된다. SK 인사팀 박한울 PL(Project Leader)은  “오탈자나 띄어쓰기 등의 실수로 크게 감점을 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오류가 눈에 띄면 지원자의 기본자질을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원 수 100명 이상의 기업 인사담당자 255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오탈자나 인터넷 용어 등 틀린 맞춤법이 많은 이력서’가 가장 안 좋은 이력서 유형으로 꼽혔다.

글쓰기는 선호가 아닌 생존의 영역에 있다. 인사담당자의 눈에 띄기 위한 자기소개서에서 고객과 업체를 감동시키고 설득시켜야 하는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소소한 이메일까지…. 이젠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알기 쉽게 표현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글쓰기는 피할 수 없는 숙명, 아니 ‘밥줄’인 것이다. 글을 잘 쓴다고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탁월한 글쓰기가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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