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전에 남성호르몬에 노출되면 남성의 성기 크기가 감소된다.”
비록 쥐를 가지고 한 실험이긴 해도, 2010년 발표된 이 논문을 아이가 읽는다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의사에게 사정하리라. 남성호르몬 농도를 줄여달라고 말이다. 크기에 대한 남성들의 집착은 실로 엄청나다. 안타까운 건 남성들 대부분이 자신의 크기가 작다고 생각한다는 점. 잘 찾아보면 자신보다 작은 사람들도 많을 텐데, 그들의 눈엔 큰 물건을 자랑하듯 몸을 제낀 채 목욕탕 주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은 크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미국의 조사이긴 해도, 여성들의 21%만 성기의 길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55%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고, 22%는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한 77%에는 별 관심이 없고, 중요하다고 한 21%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성기가 사슴뿔처럼 내놓고 다니는 게 아니라면, 그리고 정작 여자들이 성기 크기에 관심이 없다면, 크기에 대한 집착은 아이들이 딱지에 집착하는 것만큼 하찮은 일이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크기에 집착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을 테지만, 내 경험담을 하나 얘기해 본다. 남자후배인 차 모(가명)가 우리 집에 놀러왔다. 거나하게 취해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사우나에 같이 갔는데, 그의 벗은 몸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사람은 처음 봤으니까. 그 뒤부터 난 그를 존경했고, 모임에서 그가 말만 하면 별로 웃기지 않은 말에도 크게 웃어주는 것으로 존경심을 표했다. 어느 날 그와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대말을 한 이유는 존경심이 갈수록 깊어졌기 때문인데,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결혼 첫날, 아내가 아프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는데, 그 뒤에는 모션만 취해도 질색을 해 엄두를 잘 못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후 몇 달이 지났을 무렵 장모님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하더란다. “차서방, 우리 딸이 많이 힘들다는데, 어떻게 좀 안되겠나?”

여성들의 사이즈에 별 관심이 없는 이유는, 그들이 남자들만큼 삽입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희라든지, 관계 후의 배려 같은 게 여자들에겐 더 중요할 수도 있는데, 남자들은 오로지 삽입만이 진정한 관계라고 믿고, 더 삽입을 잘하기 위해 확장술을 하거나 구슬을 박는다. 그게 여성들을 더 힘들게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남의 것을 볼 땐 주로 탕 안에서 올려다보지만, 거울로 자신을 보면 위에서 보는 거니 작게 보이기 마련이다. 당신은 절대 작지 않으며, 여자가 당신을 싫어한다면 당신의 다른 면 때문이지 사이즈 때문은 결코 아니다.

서 민(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