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들’ ‘대통령’으로 키운 뽀로로 아빠 최종일 대표
‘첫째 아들’ ‘대통령’으로 키운 뽀로로 아빠 최종일 대표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10.17 19:59
  • 호수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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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이름, ‘쪼르르’ 아이들 쫒아 다니느라 지친 아내 하소연 듣다 ‘이거다’


뽀로로 이름, ‘쪼르르’ 아이들 쫒아 다니느라 지친 아내 하소연 듣다 ‘이거다’
날지 못하는 펭귄 뽀로로, 좌절하지만 알고 보니 물속에선 최고
어린이들 공부 떠나 자신만의 재능 찾길 바라는 메시지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뽀로로’ 노래가 시작되면 아이들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TV 앞으로 모여든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핀란드, 일본, 대만, 이란 등 120개국의 어린아이를 둔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뽀로로는 EBS에서 2003년에 방영한 ‘뽀롱뽀롱 뽀로로 1기’를 시작으로 지난 8월에 종영된 ‘뽀롱뽀롱 뽀로로 4기’까지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캐릭터다. 뽀뽀로로 벌어들인 누적 매출이 1조 원이 넘으니 가히 ‘효자 캐릭터’라 할 만 하다. 지난 12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에서 ‘뽀로로 아빠’ 최종일(47) 대표에게 효자 아들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금은 ‘뽀로로 아빠’로 유명하지만, 과거에는 평범한 광고회사 직원이었다고 들었다.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애니메이션팀에서 ‘녹색전차 해모수’와 ‘레스톨 특수구조대’ 등의 작품을 기획했다. 하지만 작품들이 잇따라 적자를 냈고,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애니메이션팀이 해체됐다. 결국 팀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퇴직하고 직접 사업체를 꾸리면서 애니메이션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세계 최고가 되길 꿈꿔왔던 것 같다.

▲인생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꼽아 본다면?
사실 특별하게 이게 최고였다는 게 없다. 이 작품을 보면 이것의 장점이 보이고, 다른 작품을 보면 그것의 장점이 보이기 때문에 딱히 하나를 고르기는 힘들다. 하지만 가장 감동받은 애니메이션은 프레데릭 벡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감독이 혼자 기획부터 제작까지 끝냈는데, 5년 반에 걸쳐 작업했다고 들었다. 그 애니메이션을 보면 물론 완성도도 높지만 감독의 몇 년의 삶을 한 작품과 바꿨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담아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가를 깨닫고, 일을 할 때의 진지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뽀롱뽀롱 뽀로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한국은 잘 아시겠지만 내수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아 애니메이션을 기획할 때는 한국시장과 해외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생각하게 된다.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아무래도 사람보다 동물이 더 유리하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생각해보니 강아지, 고양이, 토끼, 곰 등은 이미 유명한 캐릭터들이 있어서 펭귄, 여우, 공룡 등을 택했다. 그 다음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해야 되는데 이전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슈퍼히어로, 왕자, 공주 등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성격을 다룬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차별화될 거라 생각해 아이들이 노는 모습에서 캐릭터를 착안했다. 기획하는 단계부터 캐릭터가 완성되는 단계까지 대략 1년 정도 걸렸다.
 
▲‘뽀로로’라는 이름은 발음하기도 쉽고 펭귄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최종적으로는 내가 선정하기는 했지만, 캐릭터 이름을 짓기 위해 여러 명의 직원들이 브레인스토밍에 함께했다. 사실 펭귄이라는 동물에 주목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새이면서도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잘 걷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름에서도 펭귄의 걷는 모습이라든지 동그란 형태의 귀여운 이미지가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러 번 회의해도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러다 집에서 애들이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아내가 “애들이 너무 쪼르르 다니고 그래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한 말에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그 귀여운 느낌을 살리면서도 이왕이면 펭귄과 관련되게 P로 시작하는 이름을 생각하다 ‘뽀르르’가 나왔고, 조금 더 둥근 느낌을 살려 ‘뽀로로’가 탄생했다.

▲뽀로로 시리즈가 4까지 나왔다. 만들면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유아들이 봐야 하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생각해 교육적인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너무 교육적인 면만 강조하다보면 내용 자체가 굉장히 건조해질 수 있어서 ‘교육적인 내용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가 고민의 핵심인 것 같다. 예를 들어서 나는 뽀로로가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인데 하늘을 날지 못하니까. 그래서 애니메이션에서 뽀로로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하지만 날지 못한다. 그래도 뽀로로는 좌절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바다 속에서 다른 어떤 새들보다도 훌륭하게 수영할 수 있다는 자기만의 특징을 알게 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모든 어린이들이 똑같이 다 공부를 잘 하거나 운동을 잘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어디서 시나리오 아이디어를 얻나.
창의력을 발현한다는 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 굉장히 많은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보는 것이다.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놀고, 언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애니메이션이나 책 등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 콘텐츠들의 공통속성을 추출해내서 애니메이션 안에 자연스럽게 반영한다.

▲해외 120개국에 수출된 명실상부 글로벌 애니메이션이다. 인기 비결을 자평해 본다면?
두 가지가 있었던 것 같다. 하나는 유아들의 눈높이에 맞았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들이 다루는 소재는 권선징악이 많고, 그 틀 안에서 수퍼영웅들이 등장한다.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좋은편, 나쁜편으로 나누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뽀로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다. 각자 외모, 성격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라보는 관점, 풀어나가는 해답도 다르다. 나와 다르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한다고 적은 아니다. 정의용사가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 통쾌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동떨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뽀로로는 아이들의 보편정서에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보통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교육적인 면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지루해 진다. 뽀로로는 한 에피소드에 한 가지만 배울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스토리 라인’에 중점을 둔 에듀테인먼트(Education+Entertainment)였다면, 반대로 오락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엔터케이션(Entertainment+Education)방식을 채택했다.

▲실패라는 밑거름이 있기에 ‘뽀통령’이 나온 것 같다. 어떤 실패가 가장 기억에 남나.
수많은 실패 경험이 지금의 뽀로로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뽀로로 바로 전에 야심차게 내놓았던 ‘수호요정 미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미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은 후라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다. 20억을 투자했고 기술적 완성도도 뛰어났었다. 근데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인 ‘포켓몬스터’에 밀려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작품성, 완성도만 따졌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랐던 것 같다. 그 이후 실패 요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일본을 꺾어야 했기에 취약점이 뭔지 체크해 봤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이 정말 강하지만 유아용은 많이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돼 전략적 접근을 결정했다. 틈새시장을 노린 거다. 이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뽀로로의 기획이 가능했던 것 같다.

▲주 타깃이 영유아층인데…?
처음에 만들 때는 우리나이로 다섯 살에서 일곱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EBS에서 방송되고 시청자들한테서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예를 들면 “이제 막 돌 지났는데 아이가 뽀로로를 보고 너무 좋아한다.” 혹은 “뽀로로를 보면서 말을 배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체크해보니 정말 한 돌 지나고 나서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최근에는 더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를 다양화하고 있다.

▲캐릭터 상품들도 많은 만큼 브랜드 가치도 어마어마할 것 같다.
지금 우리 회사가 뽀로로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을 활용한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는데 사실 회사 차원으로 보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뽀로로에서 나오고 있다. 약 1,600여 종의 캐릭터 상품들이 나오고 있고, 그 상품들의 총 판매시장이 5,200억 정도다).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는 2010년 기준으로 3,893억 원으로 평가됐다. 최근에 다시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5천억 이상의 브랜드 가치는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어떤 장벽을 넘어야하나.
애니메이션이 발전하려면 좋은 콘텐츠도 나와야 하지만, 시장 내에서 제대로 소화가 돼야 한다. 소비가 잘 되기 위해서는 미디어와의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더라도 방송사가 좋은 시간대에 편성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본, 미국과 수평적으로 경쟁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애니메이션은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문화이기도 하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발전할 수 없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방송사는 시청률 이유를 들며 좋은 시간대에 일본, 미국 작품을 편성한다. 이렇게 외면하면 발전할 수 없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길 바란다면 우선 키운 다음에 황금알을 낳는지 아닌지를 봐야 하는데, 지금 병아리 단계에서 평가하려고 하고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선진국화 되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만의 강점은 뭔가.
무엇보다도 뛰어난 창의성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한국 애니메이션은 다양하고 굉장히 여러 포맷의 애니메이션들이 나오고 있다.

▲단국대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 준다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좋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해 왔다.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받고,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또 좋은 직장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좋은 직장에 갈 수 있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유일한 방법도 아니다. 나는 이 일을 서른 넘어서 시작했다.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언정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항상 후회한다. 여러분은 아직 기회가 있다. 무슨 일이든 대학 때 시작한다면 졸업할 때는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있을 거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진취적으로 아직 남들이 개척하지 않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뽀로로가 세운 기록>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 1기’ 방영 후 이탈리아 카툰온더베이, 브라질 애니마 문디 등 영화제 노미네이트
국산 애니메이션 최초로 유럽 공중파 방영
2006년~2008년 대한민국 캐릭터대상 대통령상
세계 120여 개국 수출, 로열티 수입 150억원
취업 유발효과 4만3,000여 명
관련 캐릭터 상품 약 1,600여 종, 매출 5,200억원 추정
상품 가치 약 3,893억원(서울산업통상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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