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장 직은 ‘스펙’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총학생회장 직은 ‘스펙’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2.11.06 13:04
  • 호수 13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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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한 지역신문에서 천안캠퍼스 장진영(전자공·3) 총학생회장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현 여당의 대선 후보와 밝게 악수하고 있는 사진 속 장 회장은 정당의 ‘선대위원장’이었다. 비난 여론도 있었지만,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장 회장은 “자치단체장이라고 개인적인 대외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평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올해 신입생 OT에서 죽전캠퍼스 고수현(영어영문·3) 총학생회장은 한대련이 주최하는 반값등록금 관련 행사의 참여를 유도했다. 고 회장은 ‘등록금 인하’와 ‘2차 구조조정 소통’이라는 진보적 공약으로 당선된 총학생회장이다. 실제로 작년 겨울 고 회장의 선거 유세 때는 모 야당의 국회의원이 우리 대학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총학생회장이라고 무조건 외부 활동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개인의 정치성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은 개인이기 이전에 우리 대학 학생들의 대표다. 장 회장은 스스로를 “자치단체장이기 이전에 일반 학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대선을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박근혜 후보와 악수한 단국대학교 장진영 총학생회장’이라는 사진 설명의 시사점은 확대될 수 있다. 사진설명에서 보이듯 모든 사람이 장 회장을 단국대 총학생회장으로 먼저 인식하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쇠다. 학생대표라는 신분은 이렇게 그가 주장하는 ‘개인적인’ 정치 행보까지 우리 대학 전체의 여당 후보 지지 표명으로 인식되게 만들 수 있다. 학교의 이름이 특정 정당과 함께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학생대표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만으로도 충분히 민감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피해선 안 된다.
두 캠퍼스 학생대표의 정치 관련 행보가 가장 아쉬운 이유는 이들이 정작 신경써야 할 학내 자치에서는 허점을 무수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대표의 의무는 학생복지 등 실질적인 교내문제 해결이다. 그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운지 스스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까지도 학생들의 의문과 비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이번 학사개편 건도 그렇다.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의미 없는 사안들만 되풀이 얘기하고 있다.
지금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의 모습은 1년 전 그들의 생각을 예상하게 만든다. ‘내 스펙에 도움이 되겠지?’ 장 회장은 정계로의 야망을 위해 총학생회장이라는 지위를 활용한 것처럼 보이고, 고 회장에게는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할 수가 없다. 충분히 무거운 총학생회장이라는 직위에 모 정당의 공식 직책까지 스스로 얹어버린 힘겨운 장 회장과, 어떤 사업에 힘을 쏟아야 할지 전혀 상황파악을 못하는 소통 불가 고 회장. 임기는 아직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학생대표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호연 기자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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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원하면 까드립니다 2018-11-30 21:00:33
과연 학생복지만이 학생자치로 귀결될 수 있을까요?? 너무 문제를 단편적으로 해석한 듯해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