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늑대소년 - '철수'와 함께 저마다의 그리움을 걷는 시간
<영화>늑대소년 - '철수'와 함께 저마다의 그리움을 걷는 시간
  • 민수정 수습기자
  • 승인 2012.11.08 12:29
  • 호수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人문화in 62

 

 

 

 

잔잔하고 달달한 멜로라고보기엔 다소 비극적이고, 판타지라고 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정겹고 촌스러운 구석이 있다. 장르가 애매하고 어정쩡한 것이 영화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던 중 생각을 달리하니 답이 나왔다. 이 영화는 한편의 동화와도 같았다.

줄거리는 사실 좀 뻔하다. 영화는 주인공 순이(박보영)의 건강이 안 좋아져 가족들과 요양차 시골에 내려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순이는 한밤중 정체모를 괴생명체와 마주치는데 다음날 그것이 사람(늑대소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년과 한집에 살게 된다. 순이와 그 가족들은 야만적인 습성을 가지고 있는 소년에게 ‘철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진심으로 아끼고 가르쳐 인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아’ 하고 탄성 아닌 탄식이 튀어나온 것은 영화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였다. 순이가 위험에 처하게 되자 철수가 돌발행동을 하는 장면이었다. 전개상 필요한 장면이고 처음으로 위기감이 드는 중요한 장면이었음에도, 비현실적요소를 기반으로 한 CG장면은 다소 뜬금없다.

또한 선악의 대비에 과하게 힘이 들어간 나머지, 악역이 둘 사이에 나타나 방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스토리를 이끌어가기에까지 이른다.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늑대소년이 절대적으로 ‘선’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에 의해 스토리가 끌려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내용 자체에 중심이 될 만한 뼈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그 악역에 의해 곁가지마냥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는데 비해, 영화는 끝날 때 까지 그것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결말에 이르러서는 실소가 나오리만큼 담백하다. 그 때문인지 관객에게 향수를 자극하며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낭만적인 마지막 장면마저도, 허술한 전개를 급히 마무리 짓기 위해 쓰인 것으로 보였다는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전개상의 허점은 많아도 볼거리는 풍부한 영화다. 늑대소년 철수 역을 맡은 송중기는 드라마 <착한남자>(2012)에 이어 기존의 이미지와는 대조되는 다소 파격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송중기는 대사가 얼마 없는 만큼 눈빛과 몸짓, 호흡, 발성까지 신경써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과속스캔들>(2008)에서의 귀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박보영은 이번에도 풋풋하면서도 새침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순이가 오열하며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관객석에서 훌쩍거리며 코푸는 소리가 들렸고, 순이가 철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에서는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다. 그만큼 관객의 몰입도는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간 중간 조연들의 쉴틈 없이 터지는 애드립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허나 125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은 좀 지루한 느낌이었다. 반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도 많았던 것을 보면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듯하다. 애틋한 두 남녀의 사랑은, 관객이 ‘그 어느 날 가슴속에 담았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눈가를 촉촉이 적실만하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다.

 

 

민수정 수습기자
민수정 수습기자

 freihe@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