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담배

흡연자들 희노애락 표현하는 인생부호 김상천 기자l승인2012.11.07l133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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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를 다시 끊고 있다. 그럭저럭 참을만하지만 글 쓸 때는 유혹을 버티기가 괴롭다. 담배를 왜 피워? 안 피우는 사람들은 흡연자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사실 흡연자들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런지 잘 몰라 얼버무리게 된다. 담배를 끊고 나서야 자신이 왜 담배를 피웠었는지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된다. 처음 담배를 끊었던 몇 년 전에야 나도 알았다. 끊고 나서 담배는 꼭 쉼표, 마침표, 말줄임표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 말대로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담배는 문장부호 같은 게 아닐까 한다.

◇ 업무로부터, 시험공부로부터, 흡연자들은 잠깐 쉬고 싶을 때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한 모금 빨면 동그랗게 빨간 불이 켜진다. 가속이 붙을 대로 붙은 삶에다 대고 정지! 빨간 신호등을 켜는 것처럼. 업무, 업무, 업무, 업무, 이어지는 업무들 사이에 쉼표를 찍어주며, 잠깐 쉬어가라고.

흡연자들은 이래저래 일을 해치우고 나면 가장 먼저 또 담뱃갑을 연다. 일을 끝낸 후 담배를 피우는 일은 문장을 쓴 후 마침표를 찍는 일과 같다. 흡연자들에게 일의 종료는 일의 끝이 아니다. 일의 종료 후 옥상에 올라가 담배갑을 열고 여남은 개의 마침표 같은 담배들 중 하나를 꺼내 피울 때, 비로소 일은 완료된다. 그 완결감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속이며 자존심이며, 깨질 대로 깨지고 나면 결국 생각나는 게 또 담배인 모양이다. 재떨이를 둥글게 에워싼 채 서로 말도 않고 묵묵히 줄담배를 피운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말줄임표 안에 갇힌 말들의 안쓰러움을 안다.

◇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매일 더럽고 좁은 곳으로 밀려난다. 담배 안 피우는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려면 그래야 된다. 건물이나 공원 내에서 못 피우는 건 이제 옛말이다. 12월 8일부터는 일정 면적 이상의 술집과 식당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 면적 150㎡가 넘으면 일반음식점 뿐만 아니라 호프집, 선술집, 고깃집, 카페 등 휴게음식점이 의무적으로 금연구역이 된다. 대형빌딩, 공연장 등 20여종의 공중이용시설도 마찬가지다. 다른 공간과 완전히 차단된 흡연실 설치는 허용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는 영업장 면적이 100㎡ 이상인 음식점, 2015년부터는 모든 업소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 눈치 보며 담배 피우는 그 사람들이 안쓰럽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매너 없이 여러 사람이 쓰는 공공장소나 길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안 될 일이다. ‘품격 있는 흡연’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이 없다. 담배 끊기가 꽤 어려운 일인데, 안에서도 밖에서도 피우지 말라고 하니 이를 어쩌랴. 자꾸 금연구역만 늘리는 것보다 차라리 사이사이에 흡연구역을 만들고 벌금을 올리는 게 더 효과를 보지 않을까. 숨 쉬고 갈 쉼표와, 새 문장을 쓰기 전의 마침표, 울분과 고독을 가둬둘 말줄임표가 불황의 가장들은 절실할 텐데. 
 <칙>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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