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구공⑥ 90년대의 화장법
고고구공⑥ 90년대의 화장법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2.11.15 11:57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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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도 전도연도 모두 거쳐간 저승사자 화장법

 지금도 엄마의 화장을 보면 사실 좀 ‘뜨악’한다. 우선 파우더를 얼굴 전체에 꼼꼼히 두드리고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다. 그리고 아이라인 없이 분홍색 아이섀도를 펴 바르면 외출화장이 끝이다. 이 화장은 10년도 더 지난 가족사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매번 기자의 기사를 보는 엄마지만 말하고 싶다. “이건 아니잖아!” (어머니 사랑합니다.)

 90년대에는 이렇게 진하고 강한 화장이 인기였다. 어렸을 때 본 TV 속 연예인들이 했던 가늘고 진한 갈매기 눈썹, 짙은 색조 눈화장, 검붉은 색의 루즈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는 립스틱을 ‘루즈’라고 불렀다.

 매번 두껍게 화장하는 것이 싫었던 사람은 문신화장을 하기도 했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했던 문신화장은 ‘눈썹문신’이다. 문신은 시간이 지나면 변색돼서 눈썹색이 푸른색이나 회색으로 변하고 만다. 종종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눈썹색을 가진 아주머니를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대개 20~30년 전 문신화장을 한 사람이다. 지금은 반영구화장이 문신화장을 대신한다. 때문에 강산이 변해도 변치 않는 화장으로 유행에 뒤쳐져 촌티 나는 모습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보면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90대의 화장이 진하고 강해진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90년대 이전에는 대학에 진학한 여성이 드물었으며 남성들과 동등하게 일자리를 가진 여성도 적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자 불가피하게 남성들과 겨루게 됐다. 여자들은 경쟁 상대가 된 남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화장이 진해졌다는 것이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지금과 비슷한 투명화장이 시작됐다. 투명화장은 투명메이크업, 누드메이크업, 물광메이크업 등 세분화돼 발전해왔다. 모두 한 듯 안한 듯한 화장으로 무척 자연스러우며 단점을 가려주는 화장이다. 또한 패션쇼에서 시작된 스모키메이크업은 2000년대에 이르러 일반인들도 시도하면서, 지금은 가장 사랑받는 아이메이크업이 됐다.

 최근에 스모키메이크업까지 진출한 남성화장품의 출발점은 안정환과 김재원의 CF로 기억한다.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하며 등장한 컬러로션. 여자보다 뽀얗고 깨끗한 피부를 선보이던 두 모델에게 많은 여성들은 설렜고 내 남자도 저랬으면 하고 소망했다. CF가 방송된 1997년 이전에는 남성화장품은 스킨과 로션이 전부였다. 그러나 남성들도 미용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컬러로션에서 시작한 남성화장품은 남성전용 비비크림까지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여성화장품 매장에 남성용 코너를 만들기도 하고 여성화장품 모델로 남자모델을 고용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화장술은 나날이 교묘하게 발전해 때로는 성형보다 더 큰 효과를 보여준다. 여러 남자들은 뒤늦게 확인한 여자친구의 민낯에 사기라고 부르짖는다. 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화장술을 썩힐 순 없지 않은가. 10년 후 쯤에는 민낯이 대유행이 될 수 있으니 남성들이여, 기다려보시길.

김윤숙 기자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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