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한국 시 알리는 프랑스 시인 클로드 무샤르
프랑스에 한국 시 알리는 프랑스 시인 클로드 무샤르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11.15 13:14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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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한 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
▲ 지난 8일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세계작가와의 만남'에서 클로드 무샤르(좌)와 통역을 맡은 주현진(충남대·불어불문) 교수.
▲ 프랑스 시인 클로드 무샤르

이상 시로 한국 시와 충격적인 첫 만남
단대생들이 키츠의 시 읽어봤으면…
삶은 시와 함께 가는 것 그래서 시는 규정짓기 힘들어



지난 8일 프랑스 시인이자 파리 8대학 명예교수인 클로드 무샤르(Claude Mouchard)가 우리 대학 천안캠퍼스 약학관을 찾았다. ‘세계작가페스티벌’에 참여했던 2010년 이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농담을 좋아한다는 통역 주현진(충남대·불어불문) 교수의 설명처럼 이날 ‘시와 세계’를 주제로 4시부터 열린 ‘2012 세계작가와의 만남’은 클로드 무샤르의 재치로 내내 유쾌한 분위기가 흘렀다. “처음 이상의 시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클로드 무샤르를 3시경 예술대학 고은 석좌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부편집장으로 있는 포에지(Po&sie)에 특집으로 한국 시를 소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시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파리 제 8대학에서 비교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을 당시 수업을 듣던 한국 학생들을 통해 한국 시를 알게 됐다. 외국인 학생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 중에서 한국인 학생들만이 한국의 시를 소개하려는 열정이 있었다. 지금 통역하는 주현진 교수는 나에게 한국 시를 가르쳐 준 선생님인 셈이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학생들과 시의 한 부분을 같이 번역도 하고 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시에 대한 태도가 점점 진지해졌다.

▲좋아하는 한국 시인을 꼽아 본다면.
내가 처음 접한 한국 시인이 이상이다. 바에서 한국 학생들과 맥주를 마시며 이상의 시를 발견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상이 누군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이상의 시를 듣고 시 내용이 그림을 그리듯이 떠오르는 것을 경험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무지한 서양인이었던 나는 1930~40년대 한국 시는 전통적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상의 시는 나를 공격하는 시였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상에 대한 열렬함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 쓰려는 책에도 나처럼 무지한 서양인이 어떻게 한국 시를 받아들이게 됐는지에 대해 쓰려고 한다.
또한 나는 15년 전부터 한국 시인과의 만남이라는 주제 속에서 많은 길을 걸어오고 있다. 옆에 있는 주현진 교수와 김혜순 시인의 여러 시를 번역했는데, 그녀의 시를 번역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었다. 시적인 경험이 나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김혜순 시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한국 시와 프랑스 시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생각에 한국의 현대시와 서양, 유럽시 간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는 건 확실하다. 그 공통점을 한국 현대시에서 찾는다면 이상이 그 첫 번째 예가 아니겠나 싶다. 그리고 현재 활동하는 시인들 중에는 김혜순이 프랑스의 앙리 미쇼(Henri Michaux)라는 시인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반면에, 두 나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차이점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특히 한국 현대시 같은 경우 한국 현대 사회가 변화하는 역사와 많은 연관성이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한국 현대시는 프랑스 시보다 시에 대해 엄격하고 강렬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 시의 영역에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 시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양성을 가진 한국어로 된 시를 어떻게 번역하나.
미셸 드기(Michel Deguy) 라는 프랑스의 저명한 시인은 “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번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는 “시는 저항한다. 비록 잘못된 번역이라 할지라도 시는 저항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계속 시를 번역해 나갈 것이다. 빨간색을 표현하는 여러 개의 한국 단어가 있다고 말했는데, 불어에도 빨간색을 표현하는 여러 표현이 있다. 주현진 교수와 내가 한국 시를 번역하면서 결코 하지 않는 일은 주 교수가 프랑스어로 단어 하나하나를 주면 그것을 시로 엮어나가는 일이다. 사실,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어쩌면 내년 혹은 죽은 후에 한국어를 배우게 될지 모르겠다. (웃음)

▲시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나는 내가 시인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웃음) 15살 때 처음으로 앙리 미쇼의 시를 읽고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언어가 내 삶을 바꿀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전부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나 시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한 시인이나 시를 꼭 집어서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시라는 것은 나무들의 민족주의다.” 영국의 시인 키츠(John Keats)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너무나 다양한 나무들이 있어 그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범위를 좁혀보자. 최근에 읽었던 시 중에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
이탈리아 현대 시인 유제니오 (Eugenio De Signoribus)에게 많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시인을 참 좋아한다. 어떤 세미나에서 그의 시를 처음 알게 된 후부터 쭉 좋았다. 그의 책 2권이 불어로 번역돼 있다.

▲평소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밤. 영감은 밤에서 온다. 더 이상은 얘기하지 않겠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내가 2,3년 전부터 써온 시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시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많이 듣고 (곧바로 시를 쓰진 않고) 주로 밤새도록 생각을 하고,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시를 쓴다. 그래서 간혹 시가 굉장히 긴 텍스트가 되기도 한다. 그 긴 텍스트들은 모두 누군가와 함께 하는 작품들이다.

▲좋은 시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시에 대해 이래야 한다고 답변하고 싶지 않다. ‘어떤 것이 좋은 시다’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그러나 싫어하는 시는 얘기해줄 수 있다. 가장 싫어하는 시는 ‘시가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시다. 시 자체는 자유이고,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무엇인가를 자유롭게 쓰는 것이기에 ‘시는 어떤 형식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을 싫어한다.

▲일상에서 시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술을 많이 마셔라. 이게 다다. (웃음) 농담이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삶과 시는 함께 가는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시를 한 편 추천해 준다면.
조금 옛날 시인이지만 나에게 중요한 시인인 키츠의 시를 추천해 주고 싶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제인 캠피온이라는 영화감독이 촬영한 키츠와 관련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참고로 나는 키츠를 좋아하지만 아직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키츠의 시 중에 ‘가을에 부쳐’라는 시가 있는데, 학생들에게 이 계절에 키츠의 시를 읽어 보라고 권유해주고 싶다.  


 ■  프랑스 시인인 클로드 무샤르는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시 전문지인 ‘포에지(Po&sie)-포에지는 프랑스어로 시라는 뜻-’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99년에 이상, 김춘수, 고은, 기형도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을 특집으로 다뤘다. 특정 국가 시인의 작품으로 ‘포에지’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5월에는 ‘포에지-한국, Po&sie-Coree’란 제목으로 고은, 문정희, 이성복 등 27인의 시인을 자유, 투쟁, 삶, 변화, 만남 등 5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하기도 했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통역 : 주현진(충남대·불어불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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